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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까지 가세한 대기업 때리기

중앙일보 2011.07.19 00:22 종합 34면 지면보기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그제 취임 1주년을 맞아 대기업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을 거칠게 비판했다. 임 실장은 “오너 일가의 MRO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합법을 가장한 지하(地下)경제”라며 “부당한 내부거래에는 철저히 세금을 매기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의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푼 것은 이런 걸 하라고 푼 게 아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현재 대기업의 MRO 사업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이 조사를 진행하는 중이다. 그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대통령실장이 미리 과세 조치까지 언급한 것은 성급한 발언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MRO 사업이 변칙 증여와 상속을 위해 거래 물량을 몰아주거나 과도한 이익을 제공했다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 만약 비정상적으로 납품 가격을 후려치거나 말 안 듣는 납품업체에 거래 중단·거래 거절의 불이익을 줬다면 ‘거래상 지위남용’이나 ‘부당 하도급 거래’로 처벌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에는 오피스데포 등 세계적 MRO 업체들이 진출해 연간 8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세계시장이 개방된 가운데 국내 중소 문구점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실장까지 나서 대기업의 손발을 묶는 게 타당한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야당과 한나라당 일부에 이어 청와대까지 대기업 때리기에 가세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대기업들 역시 우리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해 ‘친서민·공정사회’의 구호가 등장하면서 반(反)대기업 정서가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4월 재·보선 이후 정치권은 사회 양극화를 내세워 연일 대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대기업 때리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한층 가열될 게 분명하다. 이런 때일수록 대기업과 오너 2·3세들은 보다 신중하게 처신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텃밭에 뛰어들어 손 짚고 헤엄치기 식의 국내 사업 진출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선대 경영자들이 뛰어난 기업가 정신으로 한국 경제의 성공신화를 일군 역사를 재현시켜 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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