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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불길한 조짐 보이는 ‘트위터 선거’

중앙일보 2011.07.19 00:22 종합 34면 지면보기






김정욱
워싱턴 특파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존 헌츠먼을 주목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공화당 소속으로 유타주 주지사를 지냈으면서도 민주당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주중국 대사를 맡은 이력이 첫 번째. 양당 체제가 뿌리내린 미국에서 그가 벌이는 ‘중도’의 실험이 흥미로웠다. 두 번째는 헌츠먼이 지난 6월 21일 뉴욕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출사표를 던지며 내건 다짐이었다. “나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다른 후보를 깎아내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 내가 동료 공화당 후보들을 존경한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기를 원한다.” 상대를 어떻게 아프게 공격하느냐에 성패가 달린 미국 선거에서 이런 발언은 충분히 신선한 것이었다.



 헌츠먼은 그러나 다짐을 지켜내지 못했다. 지난 12일 그는 공화당 선두주자 미트 롬니를 겨냥해 “47등은 47등이고, 1등은 1등이다. 이런 사실은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롬니의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일자리 증가율이 미국 전체 50개 주 중에서 47위였다는 미국 노동부의 통계를 인용한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헌츠먼은 롬니의 이름을 거론하지도 않았다.



 문제는 트위터에서 발생했다. 헌츠먼 캠프의 신속대응팀장 매트 코넬리는 ‘보스’의 한마디를 듣고 즉각 트위터에 “헌츠먼의 유타주에서 롬니의 매사추세츠주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올렸다. 롬니 캠프는 반박했다. “롬니 주지사 시절 5만 개의 일자리가 생겼고, 이는 미국 일자리 시장에서 가장 극적인 전환 중 하나였다”고 했다. 다시 헌츠먼 캠프는 트위터를 통해 “2005년 1월부터 2007년 1월까지 유타주의 일자리 증가율은 약 9%에 달했고, 10만7843명이 직장을 찾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이면서 허구다. 헌츠먼은 2005년 1월부터 2009년 8월까지 주지사로 일했다. 주지사 재임 기간 중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이전 가장 시절이 좋았던 때만 싹둑 잘라 통계를 제시한 것이다. 그 이후 급격히 추락한 일자리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 집단인 미 언론은 헌츠먼 캠프의 왜곡된 주장을 꿰뚫어 봤다. 그리고 ‘가치 없는 수치’라며 무시했다. 그러나 지지자들 위주로 구성된 ‘외눈박이’ 트위터들은 이 주장을 연방 퍼날랐다.



 2010년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 대학 졸업식에 참석해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거론하며 “정보가 우리에게 힘을 주거나 해방시키는 수단이 아닌, 정신 집중을 방해하는 일시적인 유흥이나 오락거리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도 대선을 의식해 지난 6일 백악관에서 첫 ‘트위터 대화’를 가졌다. 트위터 질문들은 주최 측이 선별했음에도 거칠었다. “파키스탄 같은 나라에 왜 돈을 낭비하는가” “긴말 필요 없다. 세금 올려라” 등에 오바마는 성심껏 답변했다.



 트위터 문화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그들만의 세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탄생의 체질상 트위터에 심사숙고(深思熟考)란 없다. 그러나 선거는 심사숙고의 장(場)이어야만 한다. 이 근원적인 간극이 한국 선거에서 특히 도드라질까 두렵다.



김정욱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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