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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마을 한류 … 중·일·러시아서 몰려온다

중앙일보 2011.07.19 00:14 종합 3면 지면보기



외국학생 유치로 부활 … 중앙일보, 영어마을 6곳 조사



러시아 극동 지방 도시인 나홋카에서 온 학생들이 지난 15일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에서 강사 전보라씨와 함께 수업을 하고 있다. [엄지 인턴기자(한국외대 산업경영학과)]





지난 6일 오후 인천시 서구 당하동 인천영어마을에선 영어수업이 한창이었다. 원어민 강사인 줄리안 유맥(29·미국)이 스크린에 뜬 뉴스 진행자의 사진을 가리키며 질문을 던졌다. “What’s her job in English?(그 여자의 직업은 뭐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20여 명의 아이들이 손을 번쩍 든다. 그중에는 바스야 코르니프(17) 등 러시아 학생 6명도 있었다. 강사의 지명을 받은 바스야는 “Newscaster(뉴스 진행자)”라고 답했다. “Good(잘했어).” 강사의 칭찬에 환하게 웃었다. 바스야는 왜 한국으로 영어를 배우러 왔을까.



 -왜 한국으로 왔나.



 “아버지의 친구가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한국의 영어마을을 추천했다.”



 -수업을 들어보니 어떤가.



 “흥미롭다. 원어민과 직접 영어로 대화하면서 배울 수 있어서 좋다. 학교가 마을처럼 되어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한국 영어마을이 새로운 한류(韓流) 붐을 꿈꾸고 있다. 러시아와 일본 등에서 ‘한국어’가 아닌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오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본지가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 등 기숙사를 갖춘 전국의 영어마을 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1~7월 한국으로 영어교육을 받으러 온 외국인(예약자 포함)은 1000명을 넘었다. 국내 영어마을에 온 외국인은 2008년 92명에 그쳤지만 2009년 280명, 지난해 497명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08년 이후 한국 영어마을을 찾은 외국인을 국적별로 보면 러시아가 902명(47.7%), 일본이 853명(45.1%)이었다. 중국(62명)과 태국(43명), 대만(18명), 싱가포르(12명)가 뒤를 이었다. 학생만 오는 게 아니다. 다음 달 22일엔 일본 지바(千葉)현에서 직장인 20여 명이 파주캠프를 찾을 예정이다.



 이들은 왜 같은 비영어 국가인 한국으로 영어를 배우러 오는 것일까. 러시아 학생을 인솔해 인천영어마을에 온 교사 타티아나 시네르니코바(51)는 독특한 교육프로그램을 꼽았다. 그는 “영어마을 같은 스토리가 있는 체험식 영어교육이 러시아엔 없다”며 “학생의 수준에 맞춘 체험 위주의 수업 방식에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저렴한 연수 비용도 강점이다. 러시아에서 미국·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로 2주간의 단기연수를 가려면 우리 돈으로 400만원 정도(항공료·숙식비 포함)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영어마을은 180만원(항공료·숙식비 포함)이면 영어 공부와 관광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한국 영어마을은 외국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월 9일 일본의 요미우리(讀賣)신문은 ‘국제인 양성을 위한 외국어 특구가 필요하다’는 기사에서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를 사례로 소개했다. 이 신문은 “영어가 재미있다”는 학생들의 체험담과 프로그램의 내용과 가격까지 상세히 소개했다.



 그러나 국내 지자체 입장에선 영어마을이 계륵(鷄肋)이나 다름없었다. 계속 운영하자니 적자가 나고, 없애버리자니 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아까웠다. 일부 지자체는 직접적인 예산 지원을 줄이고 민간에 운영을 맡기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영어마을은 단기 프로그램을 만들고 직장인·대학생으로 대상을 넓혔다. 2007년부터는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보면서 국내 최대 규모인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는 2009년 적자가 63억원이던 것이 지난해 29억원으로 줄었다. 민간이 위탁 운영하는 서울영어마을 풍납캠프와 수유캠프는 지난해 각각 500만원대의 흑자를 냈다.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 장원재 사무총장은 “다음 달엔 한국·러시아·일본 학생이 한곳에 모여 영어 공부와 각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과정을 선보일 것”이라며 “효율적인 투자와 해당 국가에 맞는 전략을 마련한다면 동북아 영어교육 시장에서 한류를 일으킨다는 것이 결코 허황된 꿈은 아니다”고 말했다.



글=최모란 기자·양정숙 인턴기자(서울대 소비자학과)

사진=엄지 인턴기자(한국외대 산업경영학과)



“영어마을 다녀간 학생들 한류 전파”



박현봉 관광공사 지사장












박현봉(48·사진) 한국관광공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지사장은 “한국의 영어마을이 러시아 극동지방 청소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방학 프로그램 중 하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박 지사장은 지난 14일 기자와 전화통화를 하고 “아직 블라디보스토크엔 한류 열기가 뜨겁지 않다”면서도 “그동안 한국 영어마을을 방문했던 이곳 학생들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류를 전파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지사장과의 일문일답.



 -왜 한국 영어마을이 인기가 있나.



 “러시아 극동 지방도 영어교육 열풍이다. 방학 때면 어학연수를 위해 자녀를 미국·호주·캐나다 등으로 보낸다. 문제는 비싼 비용이다. 항공료에 연수, 숙박 비용(2주)만 해도 4000달러가 넘어간다. 반면 한국의 영어마을은 그 절반 가격에 숙박과 관광까지 해결할 수 있다. ‘절반 가격에 가까운 곳에서 영어권 국가처럼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한 것이 먹혔다.”



 -한국에선 영어마을을 관광프로그램으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곳에선 영어마을이 대표적인 한국 관광프로그램이다. 전에는 학생들만 갔지만 이제는 학부모가 동행한다. 아이들이 교육받는 동안 부모는 한국을 여행한다. 영어마을이 학생은 물론 어른 관광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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