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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쇄국주의에 특허전쟁 7년 뒤졌다”

중앙일보 2011.07.19 00:09 종합 1면 지면보기



특허보호 후진국, 대한민국
변리사법 낸 이종혁 의원
“링 위 중국 권투선수 2명인데
우리는 혼자서 맞서 싸우는 꼴”





2011년 미국 법원에 외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상대로 낸 특허소송은 223건에 이른다. 특허 침해 소송을 전문으로 해서 막대한 이익을 얻는 이른바 ‘특허괴물’(patent troll) 회사까지 출현해 국내기업을 위협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특허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변리사 대신 변호사들이 ‘특허전쟁터’로 나서고 있다. 중국·일본·영국 모두 변리사들이 소송에 참여할 수 있고, 미국은 ‘특허변호사’가 특허전쟁을 지휘하는 상황에서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지경위) 소속 한나라당 이종혁(사진) 의원은 2008년 11월 특허침해 소송에서 의뢰인이 원할 경우 변리사에게도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을 맡을 수 있게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지경위는 이 법안을 2009년 4월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으나 2년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17대 국회까지 포함하면 무려 7년째다.



 이 의원은 18일 기자와 만나 “소관 상임위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법안을 법사위가 2년 넘게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횡포”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법사위원들이 그 영역(특허소송)을 변호사들만의 것이라고 보는 현실이 답답하다”며 “이는 한말의 ‘쇄국정책’과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쇄국주의라는 폐쇄적인 사고가 결국 우리 근·현대사의 비극을 초래한 것 아닌가. 그래서 변리사법 개정안은 일종의 ‘시대법’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종혁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인 2003년부터 5년간 속칭 ‘기업 인큐베이팅’ 사업을 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새로운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에 컨설팅을 해주고 강소(强小) 기업으로 키워주는 일이었다. 이때 기술과 특허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지금은 산업혁명을 넘어서 지식재산혁명의 시대다. 인간의 두뇌에서 나오는 부가가치를 놓고 세계 각국이 싸우고 있으니, 그 영역의 전문가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게 법안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원들은 그와는 생각이 180도 달랐다. 지난 3월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변호사들인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과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로스쿨 제도가 도입돼 다양한 직역의 사람들에게 변호사 자격을 주고 있는데, 법무사나 세무사 등은 소송대리인 자격을 주지 않고 변리사에게만 자격을 줘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도 “소송 전문 지식이 없는 변리사가 소송대리를 하면 소송제도의 본질이 침해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에게 입장을 물어봤다.



 -세무사나 법무사 등도 같은 요구를 하는데 변리사에게만 권한을 인정해 줘선 안 된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세무·법무 행정은 국내에 머물러 있는 얘기다. 기술과 지식재산 분야는 전 세계에 전선(戰線)이 형성되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사안을 거기에 대입하는 것은 이익단체화한 법조계가 반대를 위해 반대하는 논리다.”



 -로스쿨에서 다양한 직역의 변호사를 배출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반론에 대해선.



 “특허전쟁은 단기전이다. 향후 10년 이내에 주도권이 결판난다. 로스쿨 출신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 또 로스쿨의 교육 과정과 수강 실태가 과연 사법고시의 수준을 넘어섰는지 의문이다.”



 -변리사와 변호사를 모두 고용하면 법률소비자가의 비용이 느는 것 아닌가.



 “현재도 변호사를 통해 변리사 비용은 들어간다. 특허침해 소송은 1억원을 써서 100억, 1000억원을 지키는 싸움이다. 그걸 지키려는 소비자가 변리사에게도 소송대리를 맡길 수 있게 하자는 거다.”



 이 의원은 “내가 제출한 법안은 변호사는 필수로 하는 것이고, 변리사는 선택적으로 공동대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 변호사 영역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했는데도 (법조계) 반발에 막혀 있는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그는 “중국은 변호사든 변리사든 단독으로 특허침해 소송이 가능하지 않으냐”며 “중국은 링 위에 ‘두 명의 권투선수’(변리사와 변호사)를 올려 보내는데, 우리는 아마추어 혼자서 맞서 싸우는 꼴”이라고 했다.



김승현 기자



국회 법사위 명단 (*표시는 법조인 출신)



●법사위원장 = 우윤근*(민주당)



●한나라당 간사 = 주성영*



●민주당 간사 = 박영선



●한나라당 = 황우여*, 이주영*, 정갑윤, 박준선*, 신지호, 이정현, 이두아*, 이은재



●민주당 = 박지원, 이춘석*, 김학재*



●자유선진당 = 이용희



●미래희망연대 = 노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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