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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효과’ 값 내린다지만 … 유럽 명품 생색내기 ?

중앙일보 2011.07.19 00:06 종합 5면 지면보기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샤넬이 조만간 주요 제품 가격을 내린다. 1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잠정 발효됨에 따라 가죽 가방·구두·의류 등에 붙었던 8~13%의 관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유럽 명품 업체가 가격을 내리는 것은 프랑스 에르메스에 이어 두 번째다. 그동안 고급화 전략을 내세워 국내에서 해마다 가격을 올려왔던 유럽 명품 브랜드들이 한·EU FTA 이후 잇따라 가격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17만원 내리는 샤넬 캐비어 백
두 달 전 이미 116만원 올렸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인하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수입 명품을 들여오는 값은 판매가의 절반 정도인데, 그 수입 원가에 매겨온 10% 안팎의 관세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15일자로 제품가격을 내린 에르메스의 경우도 인하 폭은 제품가의 평균 5.6%에 그쳤다. 한 백화점 명품 담당 바이어는 “명품 가방의 수입원가가 판매가의 40~50% 정도 되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의 체감 인하 폭은 3~3.5%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샤넬의 대표적 가방인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 사이즈는 579만원에서 562만원(3% 인하)으로, 역시 가방인 2.55 빈티지 미디엄 사이즈는 639만원에서 620만원(3% 인하)으로 각각 내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샤넬이 지난 5월 1일부터 대표적인 7개 제품 가격을 평균 25% 올린 바 있어 소비자들은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 사이즈는 463만원에서 579만원으로 116만원 올랐고, 2.55 빈티지 점보 사이즈는 558만원에서 698만원으로 140만원 올랐다. 일각에서는 “FTA 발효에 따른 가격 인하를 고려해 미리 값을 올린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올 정도다. 이에 대해 샤넬 측은 “시즌별로 나오는 제품과 달리 연중 출시되는 제품에 한해 그동안의 원가 인상 요인 등을 반영해 전 세계적으로 가격 조정을 한 것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시점도 지금으로선 알기 힘들다. 현재 시중에 나온 제품이 모두 팔린 뒤에야 관세 인하 적용을 받은 제품이 판매되기 때문이다.



 이들 두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하 조치가 다른 명품 브랜드로 이어질까. 업계에선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루이뷔통과 프라다·구찌 측은 모두 “FTA와 관련한 가격 인하 방침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다. 한·EU FTA에 따른 관세 폐지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EU 내에서 선적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들 브랜드의 경우 홍콩 등 EU 밖에 있는 물류센터를 거쳐 선적되기 때문이다. 루이뷔통의 제품은 홍콩 물류센터에 모여 세계 각국으로 수출된다. 프라다 역시 국내 유통되는 제품은 홍콩을 통해 들어온다. 구찌는 EU 비가입국인 스위스를 통해 수입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명품 업체 한국 지사장은 “에르메스와 샤넬 제품 대부분이 유럽에서 생산되고 선적되기 때문에 가격 인하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며 “어차피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으니 선점효과를 노리고 먼저 치고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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