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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뒤흔들 ‘운명의 일주일’

중앙일보 2011.07.19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이들 중 누구도 이번 주엔 잠들지 못하리



왼쪽부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에릭 캔터 미국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81)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미국·유럽 사태는 정치 현상이 되고 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정치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주 전 미 경제 전문 방송인 CNBC와 인터뷰 자리에서다.



 버핏의 예상이 들어맞고 있다. 미국 국가 부도 가능성과 유럽의 재정위기 전염 우려가 증폭됐다. 끝내 시장 안에서보다 정치 테이블 위에서나 정리될 수밖에 없는 단계로 치달았다. 결국 이번 주 두 지역 정치 리더들이 막판 대타협을 시도한다. 파국을 앞둔 ‘운명의 한 주’인 셈이다.



 앙겔라 메르켈(57) 독일 총리 등 유럽연합(EU) 정상들은 21일(현지시간) 회동한다. 유럽중앙은행(ECB)과 국제통화기금(IMF) 대표들도 참여한다. 사전 협의가 뜻대로 되지 않아 한 차례 미뤄진 회의다. 유럽 리더들은 그리스 2차 구제금융을 언제 어떻게 투입할지를 결정한다. 하지만 핵심 의제는 채권 금융회사들의 고통 분담이다. ‘ 그리스에 꿔준 돈 가운데 얼마나 어떻게 포기해야 하는가’를 놓고 마지막 담판을 벌이는 것이다.



 대서양 건너편 미국에선 연방정부 부채 한도(현재 14조3000억 달러)를 놓고 버락 오바마(50) 미 대통령과 공화당이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의 빚 갚는 일정대로라면 8월 2일이 마감일이다. 이날을 넘기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기본 전제가 무너진다. 하지만 상·하원 의결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백악관과 공화당은 이번 주 금요일인 22일까지 타협안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나서야 하는 정치 리더는 오바마와 메르켈이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두 사람 모두 고집 센 상대를 두고 있어서다. 오바마는 에릭 캔터(48)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를, 메르켈은 장클로드 트리셰(69) ECB 총재를 설득하든 압박하든 해야 한다.



 캔터와 트리셰는 모두 원칙론으로 무장하고 있다.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티파티 세력과 아주 가깝다. 그들은 세금 인하와 작은 정부를 주장한다. 그들은 오바마 쪽과의 타협을 ‘더러운 일’로 여긴다. 캔터가 오바마가 제안한 부자에 대한 증세와 부채 한도 증액을 완강히 거부하는 까닭이다. “그가 티파티 세력의 막강한 영향력을 등에 업고 공화당 하원의장인 존 베이너를 사실상 배후 조종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을 정도”라고 로이터 통신은 15일 보도했다.



 트리셰는 “채권 금융회사들의 차환발행(롤오버)이나 채무구조조정(워크아웃)을 계기로 신용평가회사들이 채무불이행(디폴트) 등급을 매긴 그리스 채권을 담보로 긴급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믿을 만한 채권만을 담보로 잡고 시중은행에 긴급 자금을 공급한다’는 중앙은행 원칙에 충실한 말이다. 하지만 그리스 국채에 대한 채권 은행들의 롤오버나 워크아웃을 원천 봉쇄해 그리스 2차 구제작전을 불가능하게 하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오바마나 메르켈의 말은 최근 상당히 거칠어졌다. 오바마는 “(채무 한도가 증액되지 않아) 아마겟돈(인류의 종말)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르켈은 “채권자들이 고통을 분담하지 않으면 떼이는 돈만 늘어날 뿐”이라고 일갈했다. 오바마는 정치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극단적 결과를, 메르켈은 채권자들의 원초적 두려움을 들먹이며 상대를 압박한 것이다.



 리더십 전문가인 로자베스 캔터 하버드 대 교수는 “위기의 순간에 리더의 입에서 극단적인 용어가 나온다는 것은 자체가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면 오바마와 메르켈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트리셰나 캔터가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이들이 이번 주 쉽게 잠들 수 없는 이유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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