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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윤 기자 VS 이 부장 ⑤ 보양식

중앙일보 2011.07.19 00:03 경제 18면 지면보기



영양 과잉인데 단백질 보충이라뇨
파스타, 생과일 주스 어떠세요
뜨끈한 삼계탕·추어탕·민어탕 …
땀 쭉 빼며 먹고 나면 몸이 개운하지





닷새 후면 중복이다. 말복인 다음달 13일까지 ‘복(伏) 시즌’인 셈이다. 50대 가장 이 부장은 이때 고단백 보양식을 챙겨 먹어야 여름을 견딜 수 있다고 말한다. 개부터 오리·닭·장어·미꾸라지·민어까지 이 부장은 우리네 전통 보양식을 열거한다. 이런 이 부장을 20대 ‘웰빙족’ 윤 기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다. 거한 음식보다 저칼로리 헬시푸드, 건강기능식품이 몸에 훨씬 좋다고 반박한다. 원기 충전과 웰빙의 대결, 이 부장과 윤 기자의 여름 보양식 이야기다.



사진=김성룡 기자



영양 과잉인데 단백질 보충이라뇨



파스타, 생과일 주스 어떠세요










‘마켓오 레스토랑’의 차콜파스타는 시금치 두유 크림소스와 루콜라가 들어가 부드럽고 향긋하다. 에너지바는 닭고기로 속을 채운 오이고추에 귀리 반죽과 콩가루를 묻혀 튀긴 샐러드다.






다음주 일요일이 중복이라면서요? 전 초복이 지난 줄도 몰랐어요. 솔직히 요즘 누가 복날 챙기나요? 아, 저희 외삼촌이 생각납니다. 복날이니 뭔가 보신이 될 만한 음식을 먹어야겠는데 혼자 사먹긴 처량해 마트에서 반조리된 삼계탕을 사다 드셨다는 기러기 아빠 외삼촌요. 지난 초복에는 제대로 된 삼계탕을 드셨는지 궁금하네요.



  보양식요? 어떻게 하면 적게 먹을까를 고민하는 제겐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음식이에요. 제게 흔히 보양식이라고 하는 기름지고 칼로리 높은 음식은 금기에 가깝거든요.



 어쨌든 가끔 보양식은 챙겨먹어야 한다고요? 글쎄요, 우리 어르신들, 보신(補身)·보양(保養)에 좋다는 음식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닌가요. 오죽하면 외래종 물고기가 하천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신 할머니께서 “저것도 몸에 좋다고 하면 사람들이 다 잡아먹을 텐데…” 하셨을까요. 물론 제 또래에도 보양식 예찬론자들이 있긴 해요. 제 친구는 오리탕 예찬론자예요. 집중이 필요하거나 힘든 과제가 있을 때는 으레 오리탕부터 먹고 일을 시작한대요. 그러면 하룻밤에 리포트 두 개를 쓰는 괴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나요. 그래도 전혀 피로를 못 느끼고 피부까지 매끄러워진다는 거예요.



  흔히 보신요리라고 하는 푸짐한 음식들, 과연 얼마나 보신 효과가 있을까 조금은 의심스러워요. 저도 먹는 거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건강도 챙기는 편이잖아요. 원기회복을 기대하며 추어탕·장어요리 같은 몸에 좋다는 음식은 틈틈이 빠뜨리지 않고 먹어왔죠. 그런데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조짐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이 젊다 못해 어린 나이에 말이에요.



 그 일을 계기로 제 나름의 진정한 웰빙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둘러보니 주변에 몸 관리에 철저한 20대 ‘웰빙족’이 많더라고요. 이들은 보양식 하면 으레 고단백·고칼로리의 육류 요리를 떠올리는 것부터 촌스럽다고 해요.



 그럼 자칭 ‘웰빙족’은 보양식으로 뭘 먹을까요. 칼로리는 낮으면서 약효까지는 아니라도 효능이 좋은 음식이지요. 올리브·아스파라거스·블루베리·콩과 같은 몸을 가볍고 건강하게 해주는 일명 ‘헬시 푸드’들 말이에요. 이들은 파스타를 먹어도 오징어먹물을 넣은 블랙 파스타나 클로렐라 파스타를 먹어요. 거기에 건강기능식품도 빠뜨리지 않지요. 저도 매일 아침 복합비타민제랑 오메가-3를 꼭 챙겨 먹는데, 최근에 홍삼 진액이 추가됐어요.









‘트루라이프’의 블루베리 요구르트 셰이크와 바나나 수삼 요구르트 셰이크.



  막연히 몸에 좋다더라 하는, 과하면 독이 될 수도 있는 거한 요리는 우리 2030의 보양식하고는 거리가 있어요. 대신 칼로리 걱정은 없으면서 효능을 기대할 수 있는 음식이 ‘2030의 신(新)보양식’인 셈이지요. 복날만 되면 하다못해 인스턴트 삼계탕이라도 먹어야 한다는 어르신들, 풍속은 아름답지만 합리적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보양보다는 웰빙을 생각해야지요.



  땀을 많이 흘리는 요즘 전 커피 대신 건강음료를 마셔요. 커피가 체내 수분을 빼앗는다고 하잖아요. 저는 집에서 오미자 우린 물을 싸와서 마시고, 카페에 가면 생과일 주스나 한방차를 먹어요. 부장, 저랑 오늘 바나나 수삼 요구르트 셰이크 한잔 어떠세요? 몸에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윤서현 기자

가볍게 보양할 수 있는 웰빙 레스토랑&카페



●마켓오 레스토랑(서울 논현동 91-6번지 916빌딩, 02-515-0105)=차콜파스타 1만8800원, 에너지바 1만4500원(세금 별도).



●트루라이프(서울 압구정동 455 주구센터 1층101호, 02-549-1799)=블루베리 요구르트 셰이크 7000원, 바나나 수삼 요구르트 셰이크 7500원, 딸기 양배추 요구르트 셰이크 6000원.



●샤론의 낮잠(서울 망원동 마포영화블렌하임 주상복합 아파트 101동18호, 02-332-7795)=아싸이베리 주스 6000원, 백초 효소차 5000원.

뜨끈한 삼계탕·추어탕·민어탕 …



땀 쭉 빼며 먹고 나면 몸이 개운하지










‘계동옻닭&보신탕’은 서울 대표 옻닭 집이다. 하루 종일 옻을 우린 물에 토종닭을 끓여내는데 육수가 일품이다. 닭고기를 다 먹으면 육수에 누룽지를 넣어 끓여준다.






여름 보양식 하면 자연스럽게 복달임을 생각하지. 바로 보신탕과 삼계탕을 연상하고. 나도 삼복을 나면서 한 번은 복달임을 한다네. 개나 닭, 아니면 장어탕·추어탕·민어탕·육개장 같은 뜨거운 육식성 음식이지.



 조선시대 성균관에선 유생에게 주기적으로 ‘별미’라는 특식을 공급했다고 해. 삼복날에도 별미가 나왔는데 초복에는 개고기, 중복엔 참외 2개, 말복엔 수박 1통을 줬다는 거야.



 복날에는 왜 고기 음식을 먹었을까. 농경사회에서 밥상에 고기 오르는 날은 명절과 제사 때뿐이야. 더 있다면 마을 혼례나 장례 때지. 다른 끼니는 고봉으로 담은 거친 잡곡밥에 김치·된장국·나물류로 때웠어. 구한말 한국을 여행한 서양인들 여행기에는 한국 사람들이 밥을 무척 많이 먹더라는 기록이 보인다네. 요즘 음식점에서 퍼주는 양의 세 배쯤 먹었다고 해.



 그만큼 먹어도 농사일에 드는 힘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지. 고기는 설날 이후 복날까지 먹을 기회가 별로 없고, 모내기·보리타작에 콩 심고 논에 김매고…쉴 새 없이 한 해 농사일의 절반을 해치우며 달려온 거야. 게다가 더위에 진기마저 소진되면 시름시름 앓게 되지. 이런 걸 예전엔 소증(素症)이라 했다네.









‘원조쌈밥집’의 쌈밥정식은 30여 가지 쌈 채소와 13가지 밑반찬이 나온다.



 인류는 수렵·채집 경제의 시대를 적어도 몇만 년, 탄수화물이 주식인 정착 농경의 시대는 길어야 몇천 년 살았지. 긴 수렵 시기에 뼛속 깊이 밴 육식 본능을 무시한 채 푸성귀만 먹으니 고기를 먹고 싶다고 몸이 호소하는 증상이 소증이라네. 현대 용어로 단백질 결핍이라더군. 농경사회 달력을 보면 삼복 때는 일꾼이 소증에 시달릴 때야. 단백질 보충, 즉 고기가 필요했던 거야. 오죽했으면 ‘소증 나면 병아리만 쫓아도 낫다’고 했겠는가. 복달임은 그래서 생겨난 절식(節食·계절음식)이었다네.



 왜 개나 닭이었을까. 손쉽게 처분할 수 있는 가축이었기 때문이지. 소나 돼지에 비해 키우는 데 사료 부담도 적었고. 여름 보신용으로 일부러 키우기도 했어. 내 어릴 적 부모님도 객지 나가 공부하는 자식들 방학 때 오면 약 해먹인다며 닭과 흑염소를 보신용으로 키웠다네. 그럴 가축이 없으면 개울로 가서 직접 조달했어. 천렵(川獵)이지. 피서 겸해 개울에서 장어나 미꾸라지를 잡아 탕이나 어죽을 끓여 먹었어.



 이처럼 여름철 보양식은 단백질 결핍을 해소하려는 식보(食補)의 음식문화였지. 약으로서의 음식이란 말이야. 그러던 것이 살림이 나아져 소증은 사라지고, 보양음식도 영양보충 음식이 아닌 미각과 풍류의 별식으로 자리를 바꾸게 된 거야.



 그런데 지금은 육징(肉癥)의 시대야. 육식 과잉, 고기를 지나치게 먹어 몸에 탈이 생긴단 말이지. 한의학에서는 육식 과잉으로 배 속에 응어리가 맺혀 단단하게 붙어 이동하지 않는 병증을 육징이라 한다네. 우리네 식생활이 영양 결핍보다는 영양 불균형이나 과잉이 문제 아닌가. 이럴 때는 신선한 제철 채소가 보약이라네. 나는 여름철 건강식으로 고기보다 쌈밥을 자주 먹네. 가끔은 산채 음식점도 찾지.



 물론 복달임도 한다네. 닭이나 개부터 장어·추어·민어까지, 더울수록 따끈하게, 땀 쭉 빼며 탕 한 그릇 하면 몸이 훨씬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어. 여름엔 찬 것만 찾아 속이 너무 냉한데 뜨끈한 국물을 먹으면 속이 편해지기도 하지. 자네도 올여름엔 탕 한번 도전해보지 그래. 여기 거론한 5탕 중 3탕쯤을 목표로.



이택희 피플·위크앤 데스크

이 부장의 보양식 음식점



●계동옻닭&보신탕(서울 종로구 재동 111-9. 02-741-2325)



●원조원주(복)추어탕(서울 강남구 역삼동 809-1. 02-557-8647)



●산수파김치장어(충남 서산시 해미면 산수리 산72-13. 041-688-2231)



●장어의 전설(서울 강남구 논현동 184-20. 02-514-8868)



●심원첫집(산채)(전남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5-18. 061-783-3553)



●산에나물(서울 종로구 팔판동 35-1. 02-732-2542)



●원조쌈밥집(서울 강남구 논현1동 167-3. 02-548-7589)



●옛집쌈밥(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6동 517-19. 031-442-4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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