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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휴양지 어린이 응급사고

중앙일보 2011.07.18 05:04 건강한 당신 1면 지면보기



상처로 피 나면 가루약 뿌리지 말고 생수·수돗물로 씻어야



뼈가 부러졌을 땐 부목을 대고 손상 부위를 고정시켜야 한다. 휴양지에서는 머리 부상을 비롯해 외상 사고가 특히 많다.[게티이미지]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여름이 되면 어린이 사고가 잇따른다. 특히 휴양지 부근의 응급실은 매년 어린이 응급환자로 북새통이 된다. 지난해 7~8월 휴양지 근처 병원인 강릉아산병원·부산해운대백병원·제주한라병원 응급실을 찾은 13세 이하 어린이 환자 수는 총 4567명. 같은 기간 3개 병원 전체 응급실 내원 환자의 23.6%에 해당하는 수치다. 여름철 휴양지 어린이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부모의 부주의와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처 요령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최근 한 달 사이에 있었던 어린이 응급사례를 통해 이유를 분석해 봤다.



머리 외상사고 많아 … 부모가 당황하지 말아야



어린이는 주위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그 때문에 휴양지에서 부모가 통제를 하지 않아 방치하다 보면 부딪히거나 넘어져서 다치기 쉽다. 7살 아들과 4살 딸을 데리고 속초에 놀러 간 박길동(가명·40) 씨도 2주 전 부주의로 인해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험을 했다. 아들이 바닷가에 왔다고 흥분해 수영복을 입고 뛰어가다가 숙소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다친 것. 급한 마음에 화장지로 지혈을 했지만 이마에선 계속 피가 났다. 4㎝ 정도 피부가 찢어진 것이다. 119에 연락했지만 다른 출동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는 대답을 들었다. 마음이 급해진 박씨는 무작정 아이를 차에 태우고 병원을 찾았다. 당황한 나머지 한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머리에 생긴 상처 때문에 여름철 병원을 찾는 어린이는 외상 응급환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강릉아산병원에서 13세 이하 외상 응급환자 중 머리 외상환자 비율은 13.2%나 됐다. 제주한라병원(16%)·해운대백병원(10%)에서도 이와 비슷했다.



 제주한라병원 응급의료센터 문이상 센터장은 “사고가 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모래사장이나 계곡에서 생긴 상처에는 이물질이 많이 있기 때문에 생수나 수돗물로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고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감기 걸렸다고 담요 덮어주면 ‘열성경련’ 위험



지난 6월 18일 서울에 사는 김철수(가명·33) 씨 부부는 휴일을 맞아 20개월 된 딸을 데리고 강릉 경포대로 놀러 갔다. 34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 탓에 강릉까지 오는 4시간 동안 계속 에어컨을 켰다. 경포대 숙소에 도착해서도 냉방을 계속 했다. 다음날 아침 아이는 기침과 함께 콧물을 흘렸다. 열이 38.8도까지 오르자 다급해진 김씨는 근처 약국에서 사온 해열제를 먹였다. 걱정되는 마음에 담요도 덮어줬다.



그런데 저녁이 되자 갑자기 아이가 의식을 잃으면서 경련을 일으켰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따로 없었다. 눈은 뒤집히고 몸은 나무 조각처럼 뻣뻣했다. 김씨는 놀라서 아이를 담요에 싼 채로 응급실을 찾았다.



 진단명은 급성 상기도 감염과 열성경련. 급성 상기도 감염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기를, 열성경련은 생후 9개월에서 5세 사이의 어린이가 발열을 동반해 경련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강릉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정상구 교수는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거나 보챌 때 긴장하지 않는 부모도 아이가 경련하는 모습을 보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병원을 바로 찾을 정도”라고 말했다.



 아이는 응급실에서 수액을 맞고 해열제 주사, 미온수로 체온을 낮추는 처치를 하고 나서야 안정을 되찾았다. 이는 과도한 냉방으로 아이가 감기에 걸렸는데 초기 대처를 잘못한 사례다. 정 교수는 “아이가 춥다고 여겨 담요를 덮음으로써 오히려 고열이 줄지 않아 열성경련이 왔다”며 “이럴 땐 옷을 벗기고 미지근한 물로 몸을 닦아 체온을 빨리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강릉아산병원을 찾은 열성경련 어린이 환자 비율은 4.2%나 됐다.



전문의 24시간 대기 1339 전화 기억해둘 만



이외에도 휴양지에서는 들뜬 마음에 차문이나 숙소의 문을 여닫을 때, 야외에서 취사를 할 때 보호자의 부주의로 인한 외상이 잘 생긴다. 고온에 의한 음식 부패로 설사·복통을 호소하는 어린이도 많다. 만약 응급실로 가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응급의료정보센터(전화 1339번)를 이용하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1339로 전화하면 24시간 대기 중인 응급의학 전문의가 증상을 듣고 적절한 조치를 알려 준다. 인근 병원이나 약국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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