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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어려운 골반 통증, 고부갈등 같은 스트레스 없애도 증상 개선”

중앙일보 2011.07.18 05:02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와이드인터뷰] 대한만성골반통학회 허주엽 초대회장에게 듣는다



허주엽 회장이 자궁수축으로 인한 만성골반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여성을 괴롭히는 ‘천의 얼굴’의 통증이 있다. 증상이 다양하다 보니 환자들은 원인을 몰라 병원을 전전한다. 지난 3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50여 명의 의사가 학회를 만들었다. 이른바 ‘대한만성골반통학회’다. 환자가 오랜 시간 통증을 호소해도 항생제나 진통제 처방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원인과 치료법이 조금씩 등장하면서 만성골반통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허주엽 초대회장(강동경희대병원·사진)을 만나 만성골반통에 대한 궁금증과 앞으로의 학회 활동을 물었다.



-만성골반통 학회를 만든 이유는.



 “아프다는 것은 너무 주관적이다. 이를 객관화하려면 지침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만들어진 것은 없다. 만성골반통 분야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부인과학회의 소모임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산부인과 영역의 미개척 분야로도 불린다. 문제는 환자다. 병원마다 진단이나 치료법이 다르다 보니 혼란스럽다. 아프긴 한데 병원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해 마음의 병을 얻는다.”



 -만성골반통이라는 이름이 낯설다.



 “2004년 미국산부인과학회에서 발표한 정의에 따르면 최소 6개월 이상 골반이나 배꼽 아랫부분, 허리, 엉덩이 부위에 통증이 지속되고 이로 인해 심각한 신체활동·정서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정의가 쉽진 않다. 원인이나 증상·치료법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장님에게 코끼리를 만져보고 묘사하라고 하면 만진 부위에 따라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증상은 구체적으로 어떤가.



 “아랫배와 허리가 콕콕 쑤시는 듯한 통증이 반복·지속적으로 나타난다. 통증은 골반 내에 자궁을 비롯한 주변 장기나 신경이 자극을 받기 때문에 생긴다. 골반통 환자의 90%가 요통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골반 주변 통증 외에도 두통이나 피로감,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이외에도 통증에 따른 우울감이나 불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원인을 꼽는다면.



 “만성골반통은 부인과 질환과 관련돼 있기도 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유발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자궁 안쪽 일부 조직이 나팔관이나 난소 쪽에 들어가 발생하는 ‘자궁내막증’을 들 수 있다. 자궁근종이나 난소물혹 같은 부인과 질환도 골반 통증을 일으킨다. 스트레스 때문에 우리 몸의 자율신경에 균형이 깨지면서 통증이 오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예를 들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궁은 아기를 낳을 때처럼 수축하면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골반 주위에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다양해 디스크나 방광염 같은 증상으로 오인되는 사례가 많다. 대부분 정형외과나 비뇨기과부터 찾는다. 결국 증상이 호전되다 악화되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리저리 헤매다 마지막으로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한다. 결국 자궁이나 골반 문제로 뒤늦게 밝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0년 동안 꾀병을 부린다는 오해를 받거나 원인을 몰라 고생하다 치료를 받은 환자도 부지기수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결혼이나 경제·가족 문제로 심한 스트레스가 있다면 이를 해소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이뤄진다. 전문가를 통한 상담이나 심리치료만으로 증상이 사라지는 사례도 많다. 질환과 관련돼 있다면 적절한 부인과 치료를 받으면 된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진통제나 면역증강제처럼 약물요법을 시행한다. 수술을 통해 자궁 유착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하지만 심한 경우 자궁을 절제할 수도 있다. 생리통이 심해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라면 반드시 산부인과를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앞으로의 활동은.



 “비뇨기과·재활의학과·마취과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 모임을 통해 이른 시간 안에 진단·치료 지침을 만들 예정이다. 지금의 진행속도라면 내년 봄 정도면 작업이 끝난다. 이외에도 매년 두 차례 의사를 위한 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이 같은 기초과정이 모두 끝나면 환우들과 함께 ‘만성골반통 캠페인’을 시작할 것이다.”



권병준 기자



허주엽 회장은=여성 만성골반통 분야의 개척자이자 권위자. 2008년 만성골반통연구회를 결성해 국내 연구를 이끌다 올해 만성골반통 치료지침 마련을 위해 학회를 창립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과 국립보건원 하워드병원에서 연구활동을 했으며, 강동경희대병원 원장을 역임했다. 환우 모임 ‘나비회’에서 환자들의 고민에 친철히 답해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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