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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세계 1위 스페인…비결은 ‘전문가의 진심어린 설득’

중앙일보 2011.07.18 04:53 건강한 당신 8면 지면보기



중앙일보·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Live forever’ 캠페인 ②



스페인은 170개 병원에 장기·조직 기증 코디네이터 의사를 의무 배치하고 모든 국민이 잠재기증자가 되도록 관리한다. 사진은 스페인 마드리드 연방 산카를로스 병원.



지난달 초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 한복판. 응급차가 교통사고를 당한 20대 청년을 싣고 마드리드 연방 산카를로스 병원으로 달렸다. 병원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5분. 하지만 남성은 뇌사상태였다. 이 상황은 곧 장기·인체조직 이식 코디네이터인 호세 라몬 누녜스(의사) 박사에게 전해졌다. 그는 청년의 부모를 만났다. 그는 오열하는 청년의 어머니를 포옹하며 위로했다. 그리고 아들의 장기와 조직을 기증하면 수십 명의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끈질기고 감동적인 설득에 부모는 장기·조직 기증서에 서명했다.



 스페인은 장기·조직 기증률 세계 1위다. 인구 100만 명당 35명이 기증한다. 미국은 26.6명, 프랑스는 25명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100만 명당 불과 5명이 장기를, 3.3명이 인체조직을 기증한다. 스페인은 환자에게 필요한 인체조직을 자급자족할 뿐 아니라 외국 환자에게도 제공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75%를 수입에 의존한다. 세계가 벤치마킹하는 ‘스페인 모델’을 알아보기 위해 이달 초 스페인 마드리드 연방병원과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ONT)를 찾았다. 이번 탐방은 중앙일보와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가 진행하는 ‘Live forever’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전국 170개 병원 이식 코디네이터 의무 배치



많은 선진국이 장기·조직 관련 정책을 마련할 때 스페인 모델을 벤치마킹한다. 강점은 무엇일까. 이는 ‘설득’에 있다. 여기에다 잠재적 장기·조직 기증자로 자동 등록되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다. 호세 라몬 코디네이터는 “가족과 함께 사망자의 추억을 더듬고, 울고 있는 가족에게 장기·조직 기증의 의미를 설득하기 위해 4시간 이상 무릎 꿇고 얘기한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스페인 모델의 주역은 ‘장기·조직 이식 코디네이터(의사)’다. 스페인은 중환자실이 있는 전국 170개 병원에 코디네이터를 한 명씩 의무 배치한다. 코디네이터는 중환자실 담당 간호사 3~4명과 한 팀을 이룬다.



 ONT 로시오 베가 사무관은 “코디네이터가 진심으로 보호자를 위로하고, 기증의 의미를 전달해야 보호자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의 장기·조직 기증률은 코디네이터 시스템을 도입한 2003년을 기점으로 급상승했다. 이전까진 누적 기증자 수가 700만 명이었다. 이 수치도 적은 건 아니다. 하지만 코디네이터 제도가 시행되면서 최근엔 7400만 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에도 코디네이터가 있다. 하지만 의사가 아닌 간호사로 구성돼 있고, 대부분 국립장기이식센터나 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소속이다. 의료 현장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정희용 코디네이터는 “인체조직 기증자가 너무 없어 무턱대고 장례식장을 찾아간 적도 있다”며 “우리나라도 스페인처럼 코디네이터가 병원에 상주하며 환자를 설득하는 밀착된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국민이 잠재 기증자되도록 제도 갖춰



스페인 장기·조직 기증의 활성화는 코디네이터와 ‘옵트-아웃(OPT-OUT)’제도가 쌍끌이한 결과다. 생전에 ‘장기 기증을 원치 않는다’는 거부 의사가 없으면 모든 국민은 기증 대상자가 되는 게 옵트-아웃제다. 스페인은 1979년 이 제도를 장기기증법률로 정하고, 99년 다시 왕령으로 못 박았다.



 하지만 사후에 가족이 장기·조직 기증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스페인은 전 국민이 ‘나도 기증 대상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옵트-인(OPT-IN)’제를 채택하고 있다.



 스페인은 장기·조직의 기증과 이식에 관한 모든 절차를 ONT에서 관장한다. 1989년 설립된 중앙 ONT는 스페인의 17개 연방 사무국, 각 연방 내 170개 병원과 협력 체계를 갖췄다. 각 병원의 기증자 발굴, 장기·조직 적출, 이식에 대한 모든 과정을 조율한다. 1만1000여 명의 코디네이터 교육도 맡고 있다.



  ‘사회적 연대의식’도 있다. 우연히 만난 스페인 국민들에게 장기·조직 기증에 대해 물으면 1초의 망설임 없이 이구동성 말한다. “받을 권리가 있으면, 줄 의무도 있다.”



마드리드=이나경 기자



※인체조직기증 서약은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홈페이지(http://www.kost.or.kr/support/hope.asp)에서 등록이 가능하다.



후원계좌 신한은행 100-024-767089.

문의 154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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