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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서 배운 토론 노하우 덕에 상 타고 대학 가고

중앙일보 2011.07.18 02:23



학우끼리 서로 논리적 허점 짚어주는 훈련 효과 컸어요







학교수업에서 토론이 중요해지고 있다. 교내 조별 발표 과제부터 수행평가까지 토론실력을 요구하는 상황이 많아졌다. 대학입시의 면접·토론평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주도학습이 강조되면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논리정연하게 남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졌다. 토론을 활용해 교내외에서 다양한 비교과 경력을 쌓고 대학입시에서도 성공한 학생들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학교 정규 수업에서 쌓은 토론실력으로 수상



 성재우(한대부고 1년)군은 같은 반 친구인 임우진·고영욱군과 지난 9일 열린 대한민국 독서토론논술대회에서 단체전 부문 장려상을 받았다. 고등부 수상 단체 중 유일하게 1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이들은 5월부터 매주 모여 대회를 준비했다. 야간 자율학습시간에 서로 작성한 입론(논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담은 글)을 평가해주고 자료를 함께 살펴봤다. 논리적 허점을 서로 찾아주고 예상 질문도 고민하다 보면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주말엔 온라인에서 만나 몇 시간씩 회의도 했다. 이처럼 꼼꼼하게 준비한 덕에, 단 두 학교만 선발하는 서울지역 단체예선전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했다.



 이들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따로 사교육을 받지 않았다. 3월부터 학교 정규 국어 수업 중 매주 1시간씩 독서·토론·논술 교육을 받은 게 전부였다. 토론교육을 담당한 이 학교 전여경 교사(국어)는 “세계토론대회 등의 동영상 상영, 원탁·세다(CEDA, 교차토론) 방식 설명, 실제 토론연습 등을 교육 내용으로 했다”며 “토론의 기본 규칙인 교차조사나 반론방식 등을 학생들이 익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둬 수업했다”고 말했다. 토론연습은 소셜 네트워크, 독도 문제 등을 논제로 해 진행했다. 조별로 나눠 각각 찬·반 입장을 정한 뒤 원탁토론과 세다토론 방식을 번갈아가며 연습했다.



 반 학생들이 토론에 익숙해진 뒤에는 조별로 대표자를 뽑아 조 대항 토론도 펼쳤다. 온라인 토론 카페도 만들어 활용했다. 이 카페에서 학생들은 상대의 의견을 정리한 뒤 자신의 의견을 내세워 반론하는 식의 ‘댓글토론 작성요령’에 맞춰 열띤 온라인 토론을 했다. 교내 토론대회도 열었다. 성군은 “5월 교내 토론경시대회에 참가한 경험이 이번 대회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성군은 교내 토론경시대회에 함께 참가해 최우수상을 받은 친구들과 팀을 이뤄 이번 대회에 나갔다.



 임군은 “입론을 작성하는 게 토론실력뿐 아니라 논술실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고군은 토론실력이 향상되면서 경찰대에 진학하겠다는 목표에 자신감이 생겼다. 고군은 “경찰대 면접을 볼 때 내 주장을 정확히 밝히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데 토론실력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장·근거·예시 순으로 말해 집단토론 통과



 카이스트 1학년인 김용국(19·서울 오산고 졸)씨는 지난해 말 입시전형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 입시전형의 마지막 난관인 집단 토론을 거쳐야 하는데 평소 토론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였다. 시험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부족했다. 그런 김씨를 지도한 오산고 박정준 교사(국어)는 “토론시험을 앞두고 2주간 3회에 걸쳐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며 “비록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단계별로 철저히 연습한 까닭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김씨에게 ‘토론 기본지식 습득’을 첫 번째 과제로 제시했다. 김씨는 첫 수업 전에 미리 2010학년도 카이스트 기출 문제와 예상 답변을 정리했다. 김씨가 준비한 답변지를 바탕으로 박 교사 앞에서 즉석으로 말하기 시험을 치렀다. 박 교사는 “내용에 진실성은 있지만 문장이 어설프고 표현 방법이 부족했다”며 “주장·근거·예시의 순서대로 말하는 ‘툴민구조’에 따라 모든 예상 답변을 고칠 것을 지도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시간엔 수정된 예상 답변을 보지 않고 말하는 연습을 했다.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피식 웃는 습관이나 수식어를 불필요하게 나열하는 버릇도 고쳤다. 답변을 외운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핵심어 위주로 암기해 문장을 늘려가는 연습도 했다. 마지막 시간엔 말하는 형식과 태도를 점검하면서 기습적인 질문에 답변하는 연습을 했다.



 박 교사는 “집단토론을 할 때는 요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사람이 찬반 주장을 비슷하게 하는 집단토론의 특성상 자칫 말하고자 하는 순서를 놓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토론을 시작한 초반에는 자신의 주장을 냉철하게 펼쳐나가되, 예상 반론에 대비해 자신의 주장을 견고하게 해둬야 한다. 토론 마무리 단계에서는 이미 나온 주장을 반복하기보다는 지금까지의 주장을 종합하거나 심화·확장해야 한다. 박 교사는 “다른 친구들이 이야기할 때는 그냥 관망하지 말고 자신이 주장을 펼칠 시간을 철저히 계산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나온 주장들은 경제적 측면만 언급했는데 사회적 측면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식의 지적으로 자신의 분석력을 부각시킬 것”을 조언했다.



[사진설명] 전여경(가운데) 교사와 성재우·임우진·고영욱(왼쪽부터)군이 방과후 토론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 수업을 통해 토론실력을 쌓았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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