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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한국모의국제회의(KIMC) 심사위원장 이성하 교수

중앙일보 2011.07.18 02:15



“자기 주장을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







한 국외국 어대와 중앙 일보 가 공동 주최하는 ‘2011 한국모의국제회의(Korea international Model Congress, KIMC)’가 약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참가자들의 대회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총상금 300여 만원과 호주 멜버른대학 리더십캠프 참가권 등이 걸린 이 대회의 심사기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심사위원장을 맡은 한국외국어대 영어학과 이성하교수는 “국제회의 성격에 맞는 태도로 논거를 펼쳐나가는 방식에 주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사기준을 설명해달라.



“첫 번째 기준은 주제이해다. 참가자뿐 아니라 심사위원단도 미리 관련 의제를 모두 살펴보고 본 회의에 참석한다. 대회의 중심이 되는 의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연설이 나올 수 없다. 두 번째 기준은 논거의 타당성이다. 내용을 들어보면 사전조사를 어느 정도 했는지 알 수 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하는 방식과 토론자세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표현력과 전달력을 들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화법이 핵심이다. ”



-심사할 때 가장 중점을 둘 부분은.



“논거를 펼쳐가는 방식을 주의깊게 볼 예정이다. 의제 이해는 기본이다. 모의국제회의는 단순한 영어 말하기 대회가 아니다. 일반 토론 방식과 달라야 한다. 결의안이나 법안에 자신의 주장이 최대한 담길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다른 의원의 의견을 무시하는 식의 발언은 금물이다. 문제점을 지적하되, 타협안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협상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영어는 이러한 논거 전개과정을 펼치는 데 사용하는 도구다. 최종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살펴볼 것이다.”



-논거를 펼쳐나가는 구체적인 순서는.



“대개 ‘주장→정당화→결론’ 식이면 무난할 것이다. 도입부에선 주장을 바로 펼치는 것이 좋다. 흥미를 끄는 일화나 예시는 필요없다. 무엇을 말하려는지 한참 들어야 알 수 있어 명료성만 떨어진다. 첫 문장에서 주장을 말한 뒤 왜 그래야 하는지 명확하게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 2~3개의 논거를 짧은 시간 안에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익이 충돌하는 상대국을 설득하거나 협상안을 제시하면서 결론을 도출하면 된다. 상대국을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많을수록 좋은 연설이 될 것이다.”

 

-국내파 학생들은 발음과 유창성 부분에 걱정이 많다.



“발음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해외 거주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좋은 발음으로 말할 수 있다. 유창성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수식어구를 사용하면서 길게 말해도 들어보면 뭘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건 내용이다. 정확하게 논거를 제시하고, 자신의 주장을 짧고 간결하게 표현하면 된다. 이러한 부분은 국내파 학생들도 노력여하에 따라 충분히 할 수 있다.”



-영어로 진행하는 대회라서 한국식 어법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다변(多辯, 말이 많음)과 우회적 표현을 문제점으로 들 수 있다. 한국어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문화적·언어적 특징이 다른 것이다. 모의국제회의는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영어의 간결한 방식을 따라야 한다. 우리말은 길게 표현했을 때 공손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영어권과 다르다. 공공안내문만 비교해봐도 차이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지하철 승강장 안내문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은 ‘우리 역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가 넓습니다. 타실 때 발이 빠질 염려가 있사오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인 반면 미국은 ‘Please Watch your step.’의 한 문장으로 해결된다. 한국어 문장을 그대로 영어로 번역하면 정말 길고 지루한 문장이 된다. 우회적인 표현도 피하는 것이 좋다. 예의있고, 겸손하게 말하기 위해 아는 바를 정확히 말하지 않고 에둘러 말하는 한국 학생이 많다. 이렇게 말하면 아무리 좋은 문장을 구사해 유창하게 말한다 해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대중연설(Public Speaking)에서 주의해야 할 태도는.



“시선을 골고루 분산해야 한다. 객석의 청중과 눈을 맞추는 것이다. 사람을 보면 긴장되니까 허공을 보며 말하는 학생이 많다. 미리 작성한 스크립트에서 고개를 떼지 않기도 한다. 집에서 거울을 보며 거울 속 자신과 눈을 마주치며 말하는 연습을 하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표정과 제스추어도 중요하다. 한국 학생은 말할 때 손가락을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영어권에서 보면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성하 심사위원장=現 한국외대 영어학과 교수 겸 교무처장, 국가영어능력시험(1급) 컨소시엄 대학대표교수, 前 한국외국어대 FLEX센터장



[사진설명] 이성하 교수는 “모의국제회의에서는 상대국과 대립하기보다 효율적으로 협상해 내편으로 이끌어들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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