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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제언] 각막 치료제 일반약 전환, 신중해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2011.07.18 00:29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박우형
대한안과의사회 회장




눈이 건조하면 대부분 인공 누액을 사용한다. 현재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 가능한 인공 누액은 30여 종이다. 그 외에도 전문약으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인공 누액이 있다.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 리스트에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히알루론산 성분의 각·결막 치료제가 포함돼 우려스럽다.



 현재 히알루론산 치료제는 의사가 환자의 각막과 결막 상태를 면밀히 진단해 사용토록 돼 있다. 이를 남용하면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각막 표면이 딱딱하게 굳는 석회화가 진행돼 심각한 시력 저하가 생길 수 있다. 유럽에선 이 같은 부작용으로 각막이식을 한 사례도 있다.



 히알루론산은 환자의 증상에 따라 약이 되거나 독이 된다. 각막이나 결막의 상처가 적으면 치유를 촉진한다. 하지만 상처가 심할 땐 얘기가 다르다. 각막 표면을 건조하게 만들어 증상을 악화시키는 상반된 작용을 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 때문에 사용 전 반드시 의사가 각막에 상처가 난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 사용 후에도 상태를 추적·관찰해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세계는 히알루론산제제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직 히알루론산을 승인하지 않아 판매되지 않고 있다. 중국조차도 히알루론산을 안과 전문의의 처방이 필요한 약으로 분류한다.



 만약 국내에서 히알루론산이 일반약으로 전환되면 안구건조증이 있는 사람의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 결과는 불을 보듯 훤하다.



 안구건조증 증상은 다양하다. 눈의 뻑뻑함 이외에도 충혈·안구 통증·시력 저하 등이 있다. 문제는 포도막염·공막염·각막염·각막궤양 같은 심각한 안과질환 증상도 초기에는 안구건조증과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결국 히알루론산이 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되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좋아져 치료 시기를 놓치고, 심각한 합병증과 시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국민 의료비 부담도 커진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전문약이 일반약으로 전환되면 약값 지출이 3~4배 증가한다. 히알루론산 성분의 인공 누액은 장기 사용자가 많다. 또 대부분 노인은 백내장·녹내장 등 안과질환으로 주기적인 진료를 받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젊은 층도 콘택트 렌즈나 컴퓨터, 휴대용 모바일 기기 사용에 따른 각막염으로 인공 누액을 처방받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진정 국민의 눈 건강을 위한다면 안과 전문가와 충분히 협의해 히알루론산의 일반약 전환을 재고해야 한다.



박우형 대한안과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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