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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모아오면 입장료 환불해 줬더니

중앙일보 2011.07.18 00:24 종합 23면 지면보기



‘쓰레기 몸살’ 증도 살린 1000원의 힘



17일 오후 전남 신안군 증도대교 인근 요금소에서 한 여학생이 증도에서 가져온 쓰레기를 이동식 쓰레기 수집박스에 넣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17일 오후 3시30분 전남 신안군 증도면 증도대교 인근 요금소엔 섬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차들이 줄을 지어 있었다. 지난해 3월 말 증도대교(신안군 지도읍∼증도) 개통에 따라 뱃길이 끊기면서 이곳은 증도로 가는 유일한 진입로가 됐다. 차들은 이 요금소에서 입장료 2000원(성인 기준)을 내야 한다. 하지만 보통 요금소와는 다른 게 있다. 섬으로 들어가는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받는 대신 10L짜리 쓰레기 봉투를 나눠주고, 쓰레기를 모아 온 사람에겐 1000원을 돌려주는 것이다. 서울에서 증도로 관광을 온 정균수씨도 쓰레기봉투를 이동식 수집박스(5t)에 넣고 나서 입장료 1000원을 돌려받았다. 정씨는 “쓰레기를 가져오면 입장료의 절반을 돌려준다고 해 쓰레기를 채워 왔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지난 2월 증도 슬로시티 운영 조례를 개정해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1000여 가구 22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증도는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Slow City)이자,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신안 다도해)이다.













 지난해 3월 증도대교가 개통되면서 관광객도 늘었다. 17일 신안군과 증도면사무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증도를 찾은 관광객은 32만4000여 명에 달했다.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350대 정도의 차량이 배를 타고 들어왔지만 요즘 주말과 휴일엔 하루 3600~3700여 대의 차가 몰려온다. 하지만 관광객이 꼭 반가운 것만은 아니었다. 쓰레기가 덩달아 늘었기 때문이다. 연륙교가 생기기 전 하루 2∼2.5t이 나오던 쓰레기는 여름 휴가철엔 20∼30t으로 증가했다. 환경미화원 수를 3명에서 6명으로 늘리고 공무원·주민 30여 명이 매주 한 차례 청소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신안군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받은 뒤 쓰레기를 가져오면 되돌려 주는 환불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 처음엔 반대가 심했다. 식당 주인들은 “사람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일부 관광객은 “섬에 들어가는데 왜 돈을 내느냐”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쓰레기로 뒤덮였던 증도가 바뀐 것이다. 지난 5∼6월 한 달 평균 쓰레기 발생량은 127.5t으로 지난해 한 달 평균인 211t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또 지난 5~6월 관광객이 가지고 나온 쓰레기 양도 한 달 평균 42t에 달했다.



 신안군은 18일부터 입장료 징수 방식을 바꾼다. 쓰레기를 버리는 곳을 섬의 주요 관광지 11곳으로 확대하고 요금소에서 환불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입장료를 절반(성인 기준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췄다. 관광객들이 환불을 받기 위해 쓰레기봉투를 계속 들고 다니는 불편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고승재 증도면장은 “입장료와 쓰레기 처리에 대한 민원이 제기돼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며 “환불을 하지 않는 대신 관광객들이 자율적으로 쓰레기를 모아 버리도록 했다”고 말했다.



신안=유지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슬로시티(Slow City)=1999년 이탈리아 작은 산골마을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자연 속에서 전통적인 음식과 생활 방식을 유지하는 마을이 선정된다. 3년마다 심사를 받아야 하며 대형 할인마트나 패스트푸드점이 들어서면 제외된다. 국내에선 전남 신안·완도·장흥·담양, 경남 하동, 충남 예산, 전북 전주, 경기 남양주, 경북 상주·청송 등 10개 지역이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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