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년 최저임금 6% 오른 4580원 … 사각지대 놓인 그들

중앙일보 2011.07.18 00:23 종합 3면 지면보기



최저임금제 역설 … 알바·경비원, 급여 올라도 불안



17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이 쓰레기를 줍고 있다. 현재 한시적으로 최저임금의 80%를 받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들은 내년부터 최저임금 제도가 적용돼 임금이 오르면 해고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이 되레 고용을 위협하는 셈이다. [서동일 인턴기자]





지난 5월부터 서울 노량진동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재수생 송모(19)양은 한 시간에 4000원을 받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인 4320원보다 적은 액수다.



이에 대해 편의점 점장은 “첫 달은 교육기간이라 3800원을 줬고 지난달엔 4000원으로 올려줬다”고 밝혔다. 송양은 “3800원이나 4000원이나 모두 최저임금보다 적은 액수”라며 “그런데도 점장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데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양은 “돈은 필요하고 새로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서 이 돈이라도 받고 일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6월 임금은 아직 받지도 못했다.











 아예 법적으로 최저임금의 80%만 받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들은 더 난처한 상황이다. 2007년 정부가 아파트 경비원들에 대해 최저임금을 도입하려고 하자 아파트 입주자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정부는 2007년엔 최저임금의 70%, 2008~2011년엔 80%만 지급하기로 하고, 2012년에 최저임금 100%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아파트 단지마다 ‘경비원들의 임금이 오르면 차라리 무인 경비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최저임금이 오히려 독이 될 상황이다. 서울 대방동 W아파트 경비원 박모(67)씨는 “한 달에 기본급 105만원에 분리수거 수당 11만원을 받는다. 둘째가 장애가 있고 다른 가족도 병원 신세를 지고 있어서 월급이 적더라도 잘리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3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6% 올린 시급 4580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송양과 같은 10대 아르바이트생, 박씨와 같은 중년 근로자 등은 최저임금법이 남의 나라 얘기 같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많을 뿐 아니라 최저임금이 너무 높다며 해고하겠다는 사업주들도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약 200만 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11.5%에 달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약자에 해당하는 19세 이하의 55.2%, 60세 이상의 44.2%가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성균관대 조준모(경제학) 교수는 “최저임금을 무작정 올린다고 저소득층의 생활이 나아지는 게 아니다”며 “최저임금 미만자를 줄이려면 임금상승분을 낮추고 사업장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액을 지키지 않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적발된 8025건 가운데 처벌된 사례는 단 3건에 그쳤다. 또 지난달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공개한 ‘최저임금법 위반사건 판결 실태’에 따르면 최저임금법이 도입된 1988년 이래 관련 판결은 85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징역형(집행유예)은 4건이었고, 벌금형(30만~50만원) 55건, 선고유예가 26건이었다. 중앙대 이병훈(노동사회학) 교수는 "현재 근로감독관 수가 2000여 명으로 사업장 수백만 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공무원이 부족하다면 시민·노동단체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엄정한 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서동일 인턴기자(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