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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무례한 중국 2탄 … 량광례 회담 중 취재진 오라가라

중앙일보 2011.07.18 00:17 종합 12면 지면보기






정용수
정치부문 기자




지난 15일 오후 5시(현지시간). 베이징 시내 중국 국방부 1층 대회의실.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량광례(梁光烈·양광열) 중국 국방부장 간 회담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 취재진은 양측 사전 합의대로 모두발언이 끝난 뒤 회담장 문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때 중국 측 실무자가 우리 취재단에 제의했다. “회담 도중에도 취재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얘기였다. 필자를 포함한 취재진은 ‘더 많은 취재를 할 수 있다’는 기대로 기다렸다.



 잠시 뒤 중국 실무자가 기자들을 회담장으로 안내했고, 회담장 두 문은 활짝 열렸다. 김 장관이 발언하던 중이었다. 한 관리가 찍지 말라는 뜻으로 우리 TV 카메라를 옆으로 돌리라고 했다. 량광례 부장의 발언이 시작되자 그 관리는 한국 취재진에게 회담장 안으로 들어와 취재하라고 했다. 량 부장은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비난하고 있었다. 중국 측의 돌출행동에 김 장관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붉어졌다. 우리 대표단의 항의에도 중국은 ‘타이밍’에 맞춰 한국 기자들을 세 차례나 회담장으로 불러들였다.



 이날 소동은 전날 천밍더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이 김 장관 면전에 대고 10여 분간 미국을 비난한 무례의 연장선상이었다.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 그 동맹국인 한국의 국방장관을 앞에 두고, 한국 언론을 이용하려 한 것이다. 회담 내용의 언론 공개 여부 등은 양국 간 사전 협의에 철저히 따라야 한다. 어느 후진국도 거스르지 않는 국제사회 예법이다.



김 장관의 방중 기간 동안 중국은 창저우의 공군 비행시험 훈련기지를 공개하는 등 나름 환대하는 모습도 보였다. 양측은 ‘군사 고위급 전략대화’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 국방장관을 앞에 두고 보여준 것은 ‘막가파식 외교 무례’다.



우리 정부는 작은 성과에 최면을 걸지 말고 더 당당하고 단호한 자세로 중국에 대응해야 한다. 거대하고 오만한 이웃, 중국을 극복하고 국가 자존을 살리는 길이다.



정용수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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