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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정부의 면책 수단된 ‘위원회’

중앙일보 2011.07.18 00:17 경제 8면 지면보기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민주화하면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수렴한다는 취지에서 정부가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정부 관계자와 이해관계자 대표,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논의를 거쳐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해 왔다. 그러나 근년에 들어 이런 방식은 정책 결정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분산시키고, 종종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초기에는 과다한 위원회의 폐해를 인식하고 대폭 축소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임기가 2년도 안 남은 현 시점에서 보면 이 정부에서도 민관위원회를 거치는 정부의 정책결정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정부의 각종 위원회는 관이 주도하는 일방적인 정책결정이 아니라 민간전문가 및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정부가 책임을 면하는 수단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



 최근 경남지역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창원MBC와 진주MBC의 통합문제를 보면 위원회를 통한 지역의견 수렴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04년과 2007년 재허가 심사 때마다 지역 MBC에 대해 광역화 추진을 권고하고 부담 의무를 부과하자 MBC 이사회에서 창원MBC와 진주MBC의 합병 결의를 하고 지난해 9월 방통위에 승인을 신청했다. 그러나 방통위가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지역방송발전위원회를 통한 지역의견 수렴 등을 이유로 심사와 승인 결정을 두 차례나 연기했다. 이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노사 갈등과 지역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민관위원회를 추진하는 정책의 방패막이로 삼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교수 출신 민간위원 한 명이 지난달 28일 “정부가 짜 놓은 각본의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다”며 사퇴한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 사례에서 보듯이 이제 우리 사회도 민간전문가가 자신의 생각을 접고 정부 관계자의 뜻을 무조건 따라주지 않을 정도로 성숙했다. 정부가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믿는다면 굳이 민·관 협의를 거쳤다고 포장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이 3년간 다섯 번을 사과하도록 하고 결국은 백지화한 동남권신공항의 경우를 보면 정부가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잘못된 선거공약으로 경제성이 없다는 게 오래 전에 판명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발표를 몇 년 유보하며 지역 갈등을 키우다가 마지막에 가서 위원회 하나 만들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민관위원회를 통한 정책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과감히 시정해야 한다. 최근 노사대표위원이 모두 사퇴해 내년에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근로자는 최저임금의 보호를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사태까지 치달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어떤가.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결정구조로 인해 갈등은 매년 되풀이될 수 있다.



 내년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빠져 있는 현 시점에서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소신을 가지고 많은 일을 실천하는 정부와 공무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정부는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해 위원회를 만들어 책임을 분산하고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정책결정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위원회가 꼭 필요한 경우에는 회의록을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민간위원들에게도 충분히 보상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일몰제를 도입해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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