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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2008년 금융위기 복사판

중앙일보 2011.07.18 00:12 종합 33면 지면보기






해럴드 제임스
프린스턴대 교수




우리는 종종 위기를 통해 기회를 만드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불행히도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배운 것은 거의 없다. 사실 현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발생 당시와 별 차이가 없다. 미국은 경제회복에 대해 걱정하고 있으며, 유럽은 유로화의 위기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신흥국들은 자산 거품으로 힘겨워하고 있다.



 위기에서 배우는 교훈은 무엇이 잘못됐느냐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그런데 잘못에 대한 분석엔 익숙하지만 해결책을 찾는 데는 서툴다.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 중 첫째는 불안정한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다. 주택 보유에 대한 정부의 인센티브와 금융사들의 신중하지 못한 대출이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다. 둘째, 금융사들의 무분별한 투자다. 은행들은 리스크를 무시하고 이익만을 추구했다. 후에 발생한 금융위기에 따른 비용을 외면한 것이다. 사실 금융사들에 리스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들은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논리를 믿었기 때문이다. 셋째,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이다. 중국과 중동 국가들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금융위기를 부채질했다. 넷째,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의 정책 실수가 적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구제금융이 재정적자를 심화시켰고 이는 다시 금융 부문을 위협하고 있다.



 다섯 가지 원인 중 제대로 해결된 것은 거의 없다. 물론 일각에서는 금융사의 자기자본비율 등 개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미시적인 접근으로 당면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와중에 주요 경제 대국들은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회복을 위해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난이 적지 않다. 국제경제 질서를 해치는 악의적인 정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 등은 이를 ‘화폐 전쟁’으로까지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금융위기로 인한 재정적자 문제로 당황하고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에 대한 불안감과 채무 불이행 가능성은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재정 불안정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정쟁 등으로 국가 혼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금융위기가 정쟁 등 복잡한 상황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기의 원인은 잘 파악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과 교훈을 끌어내기는 어렵게 된 것이다.



 경제위기는 예전에도 있었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항 등이다. 하지만 후에 이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다. 보호무역주의가 경제위기 극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런 교훈 중 하나다. 또 다른 교훈은 금융정책은 반드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수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불건전하게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사들과 금융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이 단기간에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후에 더 나은 경제 환경을 만들어 준다. 현재 워싱턴에선 경제정책을 둘러싼 정쟁이 극심하다. 하지만 지금은 정쟁을 삼가야 할 때다. 훗날 더 나은 경제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이를 명심해야 한다.



해럴드 제임스 프린스턴대 교수

정리=최익재 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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