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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로펌 변호사 잡는 게 사내변호사?

중앙일보 2011.07.18 00:12 경제 11면 지면보기






이용우
법무법인 세종변호사




사내변호사(Inhouse Counsel)가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낯설지 않다. 업무상 많은 사내변호사들을 접하게 되는 필자는 가끔 로펌 변호사와 사내변호사는 맞수일까 아니면 협력관계일까 생각해본다.



상황 1: 의뢰인 A사 영업팀에서 자문 의뢰가 왔다. 회의실에 가보니 영업팀 실무자들과 A사의 사내변호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영업팀 실무자로부터 질의 내용에 관한 설명을 듣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나니, 동석한 사내변호사가 의견서의 용도에 대해 부연설명했다. 그는 “로펌의 의견서는 최고경영진에 대한 보고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니 장황한 설명을 생략하고 문제점과 대안 위주의 간략한 메모로 작성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필자는 아예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하였고, 이를 활용하여 쉽게 보고자료를 만들 수 있었던 A사 영업팀은 만족스러워했다. 결과적으로 요령 있는 사내변호사 덕분에 필자는 A회사 영업팀으로부터 ‘고객지향적인 변호사’라고 점수를 딸 수 있었다. 사내변호사의 도움을 받은 사례다.



상황 2: B사는 진행하던 부동산 프로젝트가 경기침체의 여파로 부실화되자 필자를 찾아와서 “최악의 경우에 대한 대비책과 해결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종의 종합컨설팅 업무였다. 수임하기로 합의하고 업무일정까지 협의한 후 일어서려는데, 동석했던 B사의 사내변호사가 잠깐 이야기하자고 했다. 단둘이 있게 되자 사내변호사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필자를 선임하고 싶기는 한데, 회사도 어렵고 자문료가 부담스러우니 자문료를 정액으로 하고 게다가 상당한 할인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난색을 표하는 필자에게 사내변호사는 “변호사님을 꼭 선임하고 싶은데 회사 사정이 어렵습니다”라며 거듭 간청을 했다. 변호사가 칭찬에 죽고 산다는 것을 이미 꿰뚫고(?) 있는, 나이도 젊은 사내변호사에게 필자는 결국 설득당했다. 배웅하고 돌아서서 ‘꿩 잡는 게 매’라는 속담을 떠올리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사내변호사들은 로펌에 관한 정보를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파악하고 있고, 로펌과 로펌 변호사의 생리를 알고 있어 로펌 변호사들에게는 ‘시어머니’ 같은 존재다. 그러면서도 같은 변호사로서 로펌 변호사들이 자문 과정에서 부닥치는 고충을 상의해주고 의뢰인 회사의 내부 분위기를 전달해 주는 등 사내변호사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을 받기도 한다.



 기업들의 사내변호사 채용이 늘어나면 로펌의 법률수요가 줄어들까? 얼핏 보면 로펌의 법률 수요가 줄어들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다. 잘못된 관행들에 대해 사내변호사가 법적 리스크(legal risk)를 발견하고 로펌에 검토를 의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히려 법률시장이 커지게 된다. 회사도 장차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하고 법률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사내변호사와 로펌 변호사는 일종의 상생관계에 가깝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꿩 잡는 매’를 둔다는 점에서 보면 사내변호사 채용에 따른 비용 이상의 효익이 있을 것임은 물론이다. 



이용우 법무법인 세종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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