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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외교적 매력’ 키우는 게 관건

중앙일보 2011.07.18 00:11 종합 33면 지면보기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정외과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렸던 한·중 국방장관 회담은 2009년 5월 북한 핵실험 직후 당시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이후 거의 2년 만이다. 이는 양국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고 하지만, 국방·안보 분야에선 그렇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이런 점에서 이번 회담을 통해 냉각된 양국의 군사 대화를 복원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양국이 차관급 국방전략대화를 정례화하고, 단기 교육 과정 개방 등 군사교류도 강화키로 하면서 이를 처음으로 공동보도문 형식으로 발표한 것도 진일보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런 합의에 이른 배경에는 양국의 복잡한 전략적 이해가 숨어 있었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확실한 교두보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에 대한 한국의 의존 정책을 견제하고 한반도의 긴장도를 낮출 필요가 있었다. 한국도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중국의 역할과 위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최근 한국이 제한적 대만과의 군사교류도 중단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양국은 예상대로 한반도를 보는 인식 차를 좁히지 못했다. 김관진 장관이 여러 차례 ‘북한의 도발 사이클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지만,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공동보도문에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에도 반대한다”고 명시했지만, 우리가 이를 ‘(도발)행위’라고 해석한 것과는 달리 중국은 한·미 양국의 군사훈련 등을 포함한 ‘어떠한 행위’로 보고자 했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한반도 문제를 중국이 중·미 관계와 주변 지역 전략 속에서 접근하기 시작한 이후 보다 고착화되고 있다. 천빙더(陳秉德) 총참모장이 김 장관을 만나 “미국이 하는 행동은 패권주의의 상징이며… 한국도 그런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북·중 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측면이 있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도 어렵다. 중국 언론도 이 발언에 대해 “최근 미국 합참의장 멀린이 중국을 방문한 상황과 대만·남중국해·한반도에서의 중국의 원칙적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혀 발언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미국이 난사(南沙)군도에서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중국에 대한 견제를 노골화하는 것에 대한 군부의 계산된 불만의 표시였다. 더 나아가 한·미 동맹이 북한에 대한 억지 이상의 역할을 경계하고 한·미·일 집단안보체제에 대한 평소 인식의 일단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중국은 강력해진 힘을 바탕으로 ‘지켜야 할 것은 확실히 지킨다’는 흐름이 강조되고 있다. 2009년 7월 열린 당중앙 외사영도소조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주권, 안전, 발전’이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명확하게 규정한 이래 지역 문제와 국제 문제에 대해서도 전례 없이 원칙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난사군도에서의 미·중 간 갈등은 이러한 사례의 하나다. 중국 방문에서 돌아온 멀린 합참의장이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토로했지만, 우리에게는 ‘갈 길도 멀고 어깨도 무겁다’. 한·미 동맹을 통해 중국 부상의 파고를 넘기 어렵고, 그렇다고 중립지대로 몸을 숨길 수도 없다. 힘든 때일수록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아름다운 공작이 동물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이유는 사자의 배려가 아니라 스스로 매력을 만들기 위해 지불한 ‘값비싼 신호(costly signaling)’ 덕택이다. 북한 인권이 중요하다면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반인권 행위에도 동일한 잣대를 들어야 하고, 남북관계도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미국과 중국에 대해서도 ‘아니오’라고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용기와 결단을 필요로 하지만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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