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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법 119조 갖고 장난치지 말라

중앙일보 2011.07.18 00:11 종합 34면 지면보기
제헌절을 맞아 헌법 119조가 화두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라는 기구를 발족시켰다. 119조 2항의 ‘사회정의와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도 “우리 당의 서민정책은 헌법 119조 2항에 근거한 것”이라며 포퓰리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여야 없이 이 조항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억지로 끌어 붙이는 꼴이다. 한마디로 견강부회(牽强附會)다.



 헌법을 최종적으로 해석하는 권한은 정치인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에 있다. 1988년 헌재가 구성된 이후 119조에 대한 수많은 판례가 나왔다. 한결같이 1항의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바탕 위에서 2항을 “자유시장경제에 수반되는 갖가지 모순을 제거하기 위해 국가적 규제와 조정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헌법의 체계와 구조를 보더라도 119조는 1항이 원칙이고, 2항은 보완적 성격이란 것이다.



 우리 헌법에는 자유시장경제와 사회국가 원리가 혼재돼 있는 게 사실이다. 제헌헌법을 기초하면서 자본주의 폐해 방지에 치우친 독일 바이마르 헌법을 모델로 삼은 데다, 87년 개헌 당시 ‘6월 항쟁’의 결과가 적지 않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헌법은 일부 조항만 강조할 경우 자의적(恣意的) 해석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보다 세심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119조는 1항과 2항이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자유시장 경제를 기본으로 하고, 경제 민주화를 위한 국가의 간섭도 이런 기본적인 범위 안에서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는 게 헌재는 물론 헌법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119조 2항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적지 않은 폐해를 양산해왔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멀리는 국제그룹 해체와 작금의 기름값 강제 인하까지 이어지고 있다. 모두 119조의 2항을 앞세워 1항을 왜곡시킨 부작용들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보호막으로 다시 이 조항을 악용하려 하고 있다. 이런 함정에 빠지면 나라의 기본질서는 무너지고 복지 만능주의에 빠지게 된다. 이제라도 헌법 해석은 헌재에 맡겨야 한다. 정치권이 헌법 갖고 장난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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