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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민 영웅’이 대우받는 사회

중앙일보 2011.07.18 00:11 종합 34면 지면보기
노금자(65)씨는 충북 청주에서 34년간 불우 어린이·독거노인을 돌보아온 ‘자원봉사 여왕’이다. 노씨는 15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포장을 받으면서 “누가 알아주길 바라서 한 게 아니라 내 스스로의 행복 찾기였다”고 말했다. 이날 노씨와 함께 국민추천포상을 받은 사람은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고(故) 이태석 신부, 평생 모은 1억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한 일제 위안부 피해자 황금자(87)씨, 양손을 잃은 장애를 극복하고 염전을 운영하며 이웃돕기를 실천한 강경환(51)씨, 전국을 다니며 무료로 안경을 맞춰주는 안경사 부부 박종월(60)·안효숙(59)씨 등 24명이다. 국민추천포상은 각계에서 봉사·기부·선행을 해온 ‘숨은 영웅’을 발굴해 기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일반 국민이 인터넷·우편·방문 추천을 하면 민간인 위주의 심사위원회에서 대상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틀에 박힌 공직자 위주 포상 행태를 벗어난 참신한 제도다. 앞으로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내 스스로의 행복 찾기”라고 노씨는 말했지만 이런 ‘시민 영웅’ 덕분에 우리 국민은 행복하다. 사회가 온통 부정부패와 약삭빠른 이기주의에 물든 듯해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증거다. 세상의 소금 역할을 하는 작은 영웅들을 널리 알리고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미국만 해도 각계에서 크고 작은 영웅을 찾아내 최고의 경의를 표하는 전통이 확립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전장에서 동료 두 명을 구하고 자신은 수류탄에 오른손을 잃은 르로이 페트리 상사를 지난 12일 백악관에 초대해 그의 의수(義手)와 굳은 악수를 나누었다. 올해 미 독립기념일에는 부상 군인·가족을 백악관 파티에 초대해 ‘영웅’이라 부르며 치하했다. 매년 1월 미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 때는 대통령 부인인 퍼스트 레이디가 지난 1년 동안 미국 사회에 헌신한 시민 영웅들을 특별히 초대하고, 의원들은 이들을 기립박수로 맞이한다. 올해는 애리조나주 총기난사 사건 때 위험을 무릅쓰고 활약한 개브리엘 기퍼즈 하원의원실의 인턴 직원도 초대받았다.



 이번 국민추천포상은 올봄 딱 한 달간 접수를 받았는데도 361명이나 추천돼 최종 포상자 24명으로 압축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봉사·선행 외에 다른 분야에도 숨은 영웅이 많을 것이다. 예를 들면 고양시 경전철 사업의 수요 예측이 부풀려진 것을 밝혀내 세금 낭비를 막은 주민도 시민 영웅이 아니겠는가. 사회가 걸맞은 대우를 할 때 우리 사회의 영웅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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