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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 문화부 ‘독서나눔 캠페인’ … 이외수가 말하는 ‘책읽기’

중앙일보 2011.07.18 00:06 종합 6면 지면보기



함께 책 읽고 대화한 관심사병
사고 안 치니 상관들 놀라
“이외수 선생이 마약 먹였냐”



독학하다시피 세계문학을 섭렵한 책벌레였던 이외수씨는 책보자기를 메고 이고 다니던 학창 시절이 그립다고 했다. ‘감성마을’의 집필실 앞에서 추억을 되살리며 ‘책보 싸기’ 놀이를 벌인 그는 “책을 떡 보듯 하세요”라고 말했다. [화천=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내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국민 독서의 해’다. 미래 먹을거리는 창의력과 상상력에서 나오고, 그 출발은 독서에서 시작돼야 함을 강조하는 일종의 책 읽기 운동이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책 읽는 국민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공감을 확산시키겠다는 정부 의지가 담겨 있다. 2012년 국민 독서의 해를 앞두고 본지는 문화부와 공동으로 ‘독서 나눔 캠페인’을 시작한다. 소외되는 이 없이 국민 모두가 책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예산 확보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마당이다. 트위터 팔로어 83만 명을 기록하며 전 국민의 멘토(조언자)로 떠오른 작가 이외수(65)씨에게 ‘독서 나눔’의 의미를 들었다.



이외수씨의 며칠 전 트위터에는 미용실에서 긴 머리를 다듬는 자신의 사진이 올라왔다. ‘미용놀이’다. 무슨 일이든 놀이로 전환해 즐기는 ‘혼자 놀기’의 달인답다.



‘주침야활(낮에 자고 밤에 활동하다)’로 느지감치 손님을 맞는 그를 만난 건 비 내리는 지난 11일 오후 4시였다.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을 찾아든 날, 늦은 밤 그의 트위터에는 ‘끊었던 술 다시 마시러 갑니다’란 글이 올라왔다. 사진을 찍는다니 ‘깔맞춤(색깔 맞추기)’을 해야 한다며 옷에 어울리는 옥색 운동화를 찾아 신던 그다. 트위터 팔로어 수십만 명과 대화하며 순간의 공감을 나누는 그 힘이 전 국민을 독서 나눔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마력임을 이 작가에게서 봤다.



-학교를 떠나면 책 읽기를 싫어하게 되는 까닭이 무얼까요.



“약 되는 책 읽기가 있는 반면, 오히려 독 되는 책 읽기가 있어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시험 보듯 책 읽기를 시키니 누가 독서를 즐겁다 하겠소. 논술 잘 쓰기, 성적 올리기를 목적으로 한 머리로 가는 독서법이 독약이죠. 읽는 이가 책 속에 들어가서 가슴으로 읽어야 하는데 학교 교육은 책 겉핥기 방식으로 책 읽기를 시켜요.”



-책 속에 들어가 읽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선 읽는 이가 재미있는 책을 골라야죠. 편식 없이 다양하게,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많이 읽으면 나중엔 척 봐도 감각적으로 ‘아 이건 내가 좋아하는 책’ 하고 판단 기준이 서거든요. 그러곤 책 속에 들어가 작중 인물이 되어보는 겁니다. 편견 없이 ‘무엇이 되어보기’는 중요하죠. 한 마리 애벌레, 한 그루 나무가 되어서 세상을 바라보면 사는 게 달라지지 않겠어요.”



-최근 병영에서 사고가 많이 나서 독서 나눔 캠페인이 병영도서관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거 좋습니다. 제가 화천에 들어와 살면서 군과 협의해 이른바 ‘관심사병’들과 대화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관심사병이 저와 함께 책도 보고 얘기도 나누는 건데 그렇게 교육받은 사병은 단 한 명도 사고 난 사례가 없어요. 상관들이 ‘이외수 선생이 마약 먹였느냐’ 물어본답니다. 제대하고 나서 트위터에서 만나면 인사하고 제대할 때 찾아와 기념사진을 찍고 가요.”



-젊은 시절의 독서가 평생을 가는 건데요.



“이 정부가 녹색성장, 녹색성장 하는데 자연은 그냥 놔두면 저절로 녹색이 돼요. 지금 오히려 녹색성장이 필요한 건 우리 청소년들이오. 젊은 아이들이 갈색으로 노화되고 있어요. 그걸 막는 제일 좋은 치료법이 독서요. 내가 늘 강조하는데 정책적으로 강요받는 걸 사람들이 싫어하니 자발적으로 가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돌 그룹이나 인기 연예인들이 책 읽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그건 즐겁게 따라 하지 않겠어요?”



-최근 국격(國格) 얘기를 많이 하는데 독서야말로 국격 높이는 지름길 아닐까요.



“난 독서야말로 최첨단 신형 무기 구입하듯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 읽기가 리더를 만드는 시대입니다. 더 늦기 전에 열심히 읽고 쓰는 국민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독서는 정신의 무기 아닙니까. 아니면 ‘3만 달러 시대’가 와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선진국 대열에 끼일 수 없을 겁니다. 문화 소양이 국력인 시대 앞에서 독서는 밥이자 식량입니다. 밥 먹기를 취미처럼 해서야 굶어죽기 딱 좋죠. 숨 쉬듯 독서하고 놀이하듯 책 읽는 국민을 보고 싶네요.”



-9월부터 한 TV 방송에서 기획한 책 읽고 얘기하는 프로그램 MC로 고정 출연하신다는데 제목을 보니 벌써 기대됩니다.



 “내가 ‘야동(野童)’이라고 지었어요. 풀밭에 뛰어노는 아이들이란 뜻이죠. 애들이 종일 들판을 휘젓고 다니듯 책 읽고 시 외우고 와글와글 얘기하자는 바람을 담았지요. 받은 목숨을 즐기지 않으면 병 나요. 독서든, 게임이든, 뭐든 잘 노세요.”



화천=정재숙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독서 나눔 캠페인=2012년 ‘국민 독서의 해’에 앞서 하반기부터 벌이는 독서 즐기기 운동. 50세 이상 어르신들의 독서 자원봉사 활동인 ‘책 읽어주는 실버문화봉사단 북북’, 병영 도서관 건립 및 병영 독서프로그램 운영, 한 도시 한 책 읽기, 하루 10분 독서하기 등이 8월부터 전국을 찾아간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이외수
(李外秀)
[現] 소설가 194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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