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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빙더, 멀린 극진 환대해놓고 …” 외교 무례 되받아친 김관진

중앙일보 2011.07.16 00:28 종합 1면 지면보기



김관진 “미·중은 G2 아닌가 … 협력해야”



김관진 국방장관(오른쪽)이 15일 오후 베이징 ‘8·1 청사’(국방부)에서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가운데는 량광례 중국 국방부장. [베이징=연합뉴스]





김관진 국방장관은 15일 량광례(梁光烈·양광렬) 중국 국방부장에게 “어제 오전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을 만났다. 멀린은 중국에서 극진한 환대를 받았고, 다방면에서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하더라 ”고 했다.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 모두 발언에서다. 전날 천빙더(陳炳德·진병덕)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이 김 장관 면전에서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과 멀린 의장을 비난하며 범한 외교적 결례를 점잖게 되받아친 것이다.



천빙더 총참모장은 지난 14일 “미국은 패권주의의 상징이다. 다른 나라에 이래라저래라 한다. 미국과 동맹인 한국도 그런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전날까지 중국을 방문, 자신과 량광례 부장을 만나고 한국을 찾은 멀린 합참의장을 비난하며 불편한 미·중 관계를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한·미 군사 훈련을 겨냥하면서 한·미 양국에 대해 북·중 관계에 시비를 걸지 말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황당했다”며 “의도된 발언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장관이 하루 뒤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량 부장에게 멀린 의장 얘기를 꺼낸 이유다.



김 장관은 천 총참모장과의 면담에서도 “미국과 중국은 G2가 아닌가. 미·중이 협력해야 동북아 안정을 이룰 수 있고, 한·중·미 3국이 협력하면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해 ‘G2의 위상에 걸맞은 외교를 하라’는 의미의 점잖은 훈수를 한 셈이다.



 15일 베이징 ‘8·1 청사’(중국 국방부)에서 열린 제8차 한·중 국방장관 회담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군사 분야로 확대하는 진전을 이뤘다. 하지만 천 총참모장의 태도에서 목격한 것처럼 양측의 안보 이익에 따른 한계도 드러냈다. 양 장관은 회담에서 군사 교류 프로그램 확대 등 4개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언론 보도문’을 처음으로 채택, 합의 이행의지를 과시했다. 양국은 한국 국방부 차관과 중국 인민군 부총참모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전략대화를 매년 열기로 하고 첫 회의를 오는 27일 서울에서 개최키로 했다. 그동안 혈맹인 북한과의 고위급 군사 교류에만 치중했던 중국이 한국과의 협력도 시작한 것이다. 또 위관급 장교들을 대상으로 한 군사교육 교환 프로그램도 2012년부터 부활하기로 했다.



핵심 의제는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이었다. 우리 측이 발표한 공동보도문에는 “한반도의 안정을 해치는 어떠한 (도발) 행위도 반대한다”고 돼 있다. 중국측 합의문에는 없는 ‘도발’을 우리 정부가 편의상 넣어 배포한 것이다. 중국은 ‘북한’과 ‘도발’이라는 단어를 보도문에 넣는 것에 끝까지 반대했다. 그래서 도발 주체를 북한으로 명시하지도 못했다.



한 관계자는 “중국 측이 자신들의 외교적 입장을 고려해달라고 했다”며 “우리가 생각한 만큼은 표현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어떠한 행위’란 문구를 두고 한·미 군사훈련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신 김 장관은 예정보다 50분을 넘겨 진행된 회담에서 “천안함·연평도 도발이 한반도 긴장의 원인”이라며 “북한의 도발 사이클이 중단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대해 량 부장은 “천안함·연평도 사태는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고 복잡하게 했다. 한국 측에 위로를 보낸다. 한국의 자제 노력은 정세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했다”고 말했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선 “중국은 과거에도, 지금도 여러 방식, 통로로 북한을 설득하고 있다”며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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