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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수사보다 범죄 예방이 먼저다

중앙일보 2011.07.16 00:27 종합 33면 지면보기






조병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정책개발연구실장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지휘 범위를 ‘모든 수사’로 할 것인지 ‘수사’로 할 것인지,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사항을 법무부령에 둘 것인지 대통령령에 둘 것인지를 정하느라 국회·정부·검찰·경찰·언론이 한바탕 법석을 겪었다. 해병대의 불상사 비보와 평창의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 낭보에 밀려 잠시 눈길이 덜 가긴 했지만 얼핏얼핏 감지되는 ‘정중동(靜中動)’의 긴장감은 국민을 걱정하게 만든다. 하지만 두 조직이 성숙한 소통자세만 유지한다면 지나치게 신경쓸 일도 아닐 것이다. 첫째는 법리나 실제보다 국민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둘째는 조직논리나 자존심보다 공무원의 자세에 충실하고, 셋째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 고집보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비를 가지고, 넷째는 협의 과정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어떤 결과를 내놔도 국민은 흔쾌히 박수를 보낼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범죄의 예방과 수사의 우선순위에 대한 인식의 혼동이다. 수사는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잽싸게 범인을 검거해 엄중히 다뤄도 미리 막는 것만 못하다. 범죄가 일단 발생하면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피해 회복이 원천적으로 곤란한 경우가 많다. 사건을 처리하고 범인을 처우하는 데 수반되는 엄청난 비용은 국민의 몫일 수밖에 없다. 한번 범죄의 길로 접어들면 범법을 반복하는 수가 많다. 범죄가 많으면 시민들의 경제활동과 여가생활이 위축돼 경기가 침체되고 외국인들도 방문이나 투자를 꺼린다. 그런데도 관계당국과 언론은 범죄의 예방보다 수사만 편애하고 편식하는 분위기다.



 이유는 비교적 명백하다. 수사에는 압수·수색·체포·구속과 같은 강제수단이 주어지고 수고한 만큼 구체적 결과가 따른다. 반면에 환경개선(CPTED), 관내순찰, 불심검문, 보호조치, 보호관찰, 법교육, 청소년 선도, 주거 제공, 실업 구제, 창업 지원 같은 예방 노력은 일은 힘들고 생색내기는 어렵다. 범죄 건수의 감소를 내세우는 데도 한계가 따른다. 대부분의 강력범죄나 재산범죄의 발생률은 신고 풍토의 영향을 받는다. 마약·밀수·성매매·뇌물수수·탈세·부정식품 유통·병역 기피 등은 은밀성과 지능성이 강해 수사기관의 의지와 역량에 따라 발생률이 좌우된다. 담당자나 책임자가 불순한 동기로 범죄 통계를 축소 조작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그렇더라도 범죄예방 순찰을 주로 담당하는 일선 조직까지 검거 실적으로 성적을 매기는 것은 순서가 잘못된 것이다. 수사에 가려진 예방의 지평을 넓히려면 예방활동 실적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평가방식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또한 ‘예방’보다 진화가 앞서 보이는 ‘프리벤션(prevention)’에 보다 많은 관심과 투자가 요구된다. 예방(豫防)은 ‘둑을 쌓아서 기운을 봉쇄한다’는 의미지만 프리벤션은 ‘터지기 전에 흐름을 터준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본능과 욕구를 도외시한 획일적 억제보다 해방을 병치(竝置)하는 유연한 지혜와 관계기관 간의 긴밀한 파트너십이 널리 실천돼야 할 것이다. 예방이 더없이 탄탄해서 형사·검사들이 파리 날리는 나라가 진짜 좋은 나라다.



조병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정책개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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