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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 장막 둘러싸여 있었다”

중앙일보 2011.07.16 00:26 종합 14면 지면보기



무바라크 검찰 조사서 주장



무바라크 전 대통령



“나는 인(人)의 장막에 둘러싸여 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 몰랐다.”



 30년간 이집트를 철권통치하다 지난 2월 권좌에서 쫓겨난 호스니 무바라크(Hosni Mubarak·83) 전 대통령의 변명이다. AP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14일(현지시간) 이집트 현지 언론 을 인용해 “무바라크가 시민혁명 때 시위대를 유혈진압하고 부정축재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며 “무바라크는 800명 이상이 숨진 유혈사태에 대한 책임을 전면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 보도를 바탕으로 무바라크가 검찰 조사에서 답변한 내용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 지난 1월 25일 시위가 시작될 때 국민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았나.



 “당시 나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는 최고위 참모들이 정확한 정보 전달을 막았기 때문이다.”



 - 시위대 유혈진압한 책임을 인정하나.



 “나는 분명히 무력을 사용하지 말고 거리 질서를 회복시킬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경찰이 지시받은대로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 그러면 왜 경찰의 유혈진압을 중지시키지 못했나.



 “내가 중지하라고 지시를 했더라도 내 명령을 제대로 듣지 않았을 것이다.”



 - 당신이 평화적 진압을 명령했는데 왜 시위대가 죽거나 다쳤다고 생각하느냐.



 “정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겠다. 경찰과 시위대가 서로 공격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건립 등과 관련해 외국 원조기금 수백만 달러를 당신의 은행계좌에 예치했다. 부정축재를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아닌가.



 “도서관 책임자들이 돈을 유용하지 못하게 하려고 내가 보관한 것이다.”



  무바라크가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주장한 데 대해 AP통신은 그가 유혈사태로 인한 처벌을 우려해 일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이집트 정부의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4월 “실탄 발포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승인이 필수”라며 “또 수일간 총격이 지속됐는데 무바라크가 실탄을 사용한 경찰의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그가 민간인 발포에 책임이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무바라크가 30년간 참모들에 둘러싸여 독재권력을 휘둘렀기 때문에 실제 정보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초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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