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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체증’ 몸살 … 이통사, 무제한 요금제 딜레마

중앙일보 2011.07.16 00:24 종합 16면 지면보기
월 5만5000원 이상 정액요금제에 가입하면 데이터를 마음껏 쓸 수 있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됐다. 현재 스마트폰 가입자 절반 이상이 이 요금제를 쓴다. 하지만 이 요금제 때문에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했고, 음성통화 품질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시중 위원장, 이통 3사 CEO 간담회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14일 만찬을 겸한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논의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통신 3사가 무선 데이터 폭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며 “필요 없이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쓰는 사람도 문제고,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사람들이 불필요한 트래픽을 유발하도록 만드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영원히 갈 수는 없다”며 “중단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무선 데이터 폭증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석채 회장은 “트래픽 증가에 대비해 용량을 2배로 늘렸지만 금방 차버리더라”며 “수요를 통제하지 않고 공급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철 부회장은 4세대 통신망인 롱텀에볼루션(LTE)이 도입돼도 이대로라면 데이터 폭증을 버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마트TV가 보급되면 엄청난 트래픽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며 “데이터 사용량이 갑자기 20배 이상으로 뛸 수 있고, 그렇게 되면 LTE로도 커버가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통신 3사 CEO들이 14일 간담회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KT 이석채 회장, 최 위원장, 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 SK텔레콤 하성민 총괄사장. [연합뉴스]





 하지만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폐지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폐지할 계획이 있느냐는 최 위원장의 질문에 “마케팅적인 차원에서 고려해 봐야 한다”고 답했다. 또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도입할 당시의 망 상황 등 앞뒤를 잘 살펴보고 평가해야 한다. 지금 현재 나타난 결과만 보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도입된 것은 지난해 8월 말이다. SK텔레콤이 처음 시작했고, 이어 KT와 LG유플러스가 도입했다. 이후 데이터 사용량은 급증했다. 지난해 7월 3세대 통신망을 통한 무선데이터 사용량은 889테라바이트(TB). 석 달 후인 11월엔 3004TB로 3배가 넘었고, 지난달엔 사상 처음 1만TB를 돌파하며 11배로 증가했다.



 간담회에서는 망 중립성도 화제에 올랐다. 망 중립성이란 ‘통신망 사업자는 모든 데이터에 대해 중립적이어야 하며 특정 데이터나 서비스에 차별을 둘 수 없다’는 통신 서비스의 원칙. 이 원칙에 따르면 통신망을 많이 쓰는 개인이나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서비스를 중단할 수 없다. 그러나 통신업체들은 카카오톡·구글·네이버·다음처럼 무선 통신망을 많이 쓰는 사업자에게는 망 사용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석채 회장은 “망 과부하를 일으키는 사람이 트래픽 비용을 내야 한다”고 말했고, 이상철 부회장은 “망 중립성 관련 용어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성민 사장은 “한국이 통신사의 입장을 반영하는 유럽식으로 할지, 인터넷 업체를 고려하는 미국식으로 할지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며 “글로벌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고 해외 사업자들이 밀려오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고 했다.



 망 중립성은 해외에서도 이슈다. 외신에 따르면 알카텔루슨트·도이치텔레콤 같은 유럽 주요 이동통신업체들은 유럽의회(EC)에 구글을 비롯한 인터넷 콘텐트 사업자들에게 망 사용 대가를 물리는 등 통신망 투자에 대한 수익 보전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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