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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악역론’ 원래 이후락 얘기 … 남자 질투가 더 무서워

중앙일보 2011.07.16 00:18 종합 2면 지면보기



‘청춘은 맨발이다’ 60회 맞은 신성일에게 듣다





지난 4월 25일부터 중앙일보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청춘은 맨발이다’를 구술하고 있는 신성일(74)씨가 연재 60회를 넘기며 가슴에 담아 두었던 속얘기를 털어놨다. 영화배우 30년, 정치인 10년 세월에 그와 연을 맺었던 인물열전은 때로 한국 현대사의 뒤안길을 비춰 독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예능인 JP’ 연재분(5월 25일자 27면)에서 김종필(86) 전 총리와 이후락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회동 장면을 언급해 화제가 됐다(이 전 실장은 2009년 별세했다).



 “인구에 회자된 ‘콩고물 발언’으로 수년간 불화한 두 분이 1986년 5월에 어렵게 어울린 자리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 밑에서 누가 악인 역을 하고 누가 선인 역을 했는가는 후대가 평가하겠지만 그날 대화는 의미심장했다. 나와 두분이 안양 CC에서 함께 골프를 치고 난 뒤 박준홍 전 총리실 기획관리실장(김종필 전 총리의 처남)이 낸 중국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때 이후락이 ‘그동안 내가 악역 했잖아’ 한마디 던졌다. 근래 김종필 전 총리가 5·16 50돌을 돌아보며 ‘박통 위해 내가 악역 했잖아’ 한 것과 묘하게 겹쳐지더라. 남자의 질투가 더 무섭다.” (※김종필 전 총리는 이후락 전 실장이 ‘김대중 납치사건’ 등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견디기 힘든 짐을 지웠다며 비판적인 입장이다.)



 -엊그제 한 신문이 암 투병설을 실었는데.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두드려봐야 할 곳이 많아진다. 전립선이 의심스러워 정밀검사를 했을 뿐인데 와전됐다. 난 누가 뭐라 떠들든 사실이 아니면 무반응으로 일관한다. 가만있으면 얼마 안 가 왈가왈부가 사라진다.”



 -김영삼·김대중·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 출마 제안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는데 왜 그랬나.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을 존경했다. 43세에 접어들어 그런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당시 소수야당이던 국민당에 입당하면서 국회의원과 당 대표를 거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꿈을 키웠다. 작은 당이라 내 젊음과 스타성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정치에 미련이 남았는지.



 “돈, 권력, 사랑 중 역시 으뜸은 사랑이다. 재벌 총수나 권력자보다 내가 더 화려하고 멋지게 살았다. 반골 기질이 내게도 흐르고 있음을 확인한다.”



 -아내 엄앵란과 얽힌 일화가 많이 나오면서 일방적 서술로 불평이 있을 듯한데.



 “우리는 자식들이 놀랄 정도로 닮은 점이 없다. 다른 취향과 생활방식을 지녔다. 난 결혼을 한마디로 ‘어긋나서 산다’고 풀이한다. 서로 맞추려고 노력하다 보니 47년이 흘렀다. 딸 얘기를 들어보니 엄 여사가 매일 아침 신문 스크랩을 열심히 한다더라. 7월 11일자 ‘별거’ 연재분에 ‘아내는 (결혼할 때) 몸만 왔다’고 썼더니 그때 딱 한마디 했단다. ‘장롱은 해왔는데.’”



글=정재숙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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