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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국 총참모장 외교적 결례 파문

중앙일보 2011.07.16 00:17 종합 34면 지면보기
중국을 방문 중인 한국 국방부 장관에게 중국군 총참모장이 한 발언이 외교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천빙더(陳炳德·진병덕) 총참모장은 그제 김관진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10여 분간 작심한 듯 미국에 대한 맹비난을 쏟아냈다. 손님을 불러놓고 손님의 친구를 비난한 꼴이다. 외교적으로 있을 수 없는 결례다.



 천 총참모장은 김 장관에게 “미국은 다른 나라에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다른 나라의 의견은 듣지 않는다”고 미국을 몰아세웠다. 취재진이 지켜보고 있는데도 그는 “미국은 항상 패권주의에 해당하는 행동이나 표현을 하는 패권주의의 상징”이라고 성토했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을 배려했다면 공개된 자리에서 한국의 국방장관에게 대놓고 할 말이 아니다. 더구나 한국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총참모장은 국방장관보다 격이 낮다. 오만함이 느껴진다.



 그는 “미국 사람들과 토의할 때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며 “미국과 동맹인 한국도 그런 느낌을 받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마치 한국이 미국의 속국(屬國) 같은 인상을 줌으로써 한국과 미국을 이간질하려는 냄새마저 풍긴다. 손님 면전에서 손님 친구를 욕보이는 자신의 발언이 오히려 중국과의 대화를 어렵게 한다는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미국에 대해 할 말이 있으면 미국에 대놓고 당당하게 할 일이다. 전날까지 중국을 방문한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에게는 아무 말 않다가 엉뚱하게 한국에 대고 미국에 대한 불만을 쏟아놓으니 어이가 없는 것이다. 한국을 우습게 보고 길들이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천 총참모장의 발언에 대해 김 장관은 점잖지만 단호하게 대응했고, 전체적으로 회담 분위기는 좋았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더구나 북한과 중국은 혈맹으로, 며칠 전에는 군사동맹조약인 ‘북·중 우호조약’ 50주년을 기념하기도 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을 상대하기가 껄끄럽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상식과 규범을 벗어난 언행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우리의 입장이 어렵다고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선 안 된다. 그럴수록 더 우습게 보일 뿐이다.



 김 장관은 어제 량광례(梁光烈·양광렬) 중국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고위급 전략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하는 등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했다고 국방부는 밝히고 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이후 소원해졌던 한·중관계를 뒤로하고, 양국이 군사 분야에서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중국의 성숙한 태도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공허한 말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 유감스러운 말이지만 국제사회의 존경 받는 대국(大國)이 되려면 중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진정으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국이 되고 싶다면 중국은 위상에 걸맞은 기본적인 예의범절부터 익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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