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금융시장 붕괴는 천재들 숫자놀음이 빚어낸 참극

중앙일보 2011.07.16 00:14 종합 24면 지면보기








퀀트

스캇 패터슨 지음

구본혁 옮김, 다산북스

528쪽, 2만5000원




책은 ‘세계 최대의 카지노’인 금융시장에서 수학 천재들이 벌인 ‘숫자 놀음’에 대한 이야기다. 또 수학 공식과 슈퍼컴퓨터로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했던 ‘퀀트’가 세계 금융시장의 붕괴를 야기한 과정을 되짚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인 저자는 퀀트 투자 시장을 주도했던 대표적인 4인의 궤적을 따라가며 금융공학 기법과 각종 파생상품의 탄생·성장 속에서 이들이 빚어낸 파국의 드라마를 뒤쫓는다. 모건스탠리의 내부 헤지펀드 PDT의 피터 멀러, 시카고의 헤지펀드 시타델 인스트루먼트그룹의 켄 그리핀, AQR캐피털매니지먼트의 클리프 애스네스, 도이치뱅크 신용트레이딩펀드의 보아즈 웨인스타인 등을 날줄과 씨줄 삼아 컴퓨터 모형과 복잡한 알고리즘에 포위돼 무너져 내리는 월스트리트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퀀트는 고도의 수학과 통계 지식을 이용해 투자 법칙을 찾아내고 컴퓨터로 적합한 프로그램을 구축, 이를 토대로 투자하는 기법이다. 편미분과 양자물리학, 고급 기하학이 돈을 긁어 모으는 데 효과적인 도구임이 알려지면서 수학자와 물리학자, 심지어 암호해독가까지 금융시장으로 뛰어든다.



 이들은 헤지펀드처럼 규제 당국의 감시에서 비껴 서 있는 ‘그림자 금융’에서 베일에 싸인 채 시장을 주무른다. 숫자의 마법에 매혹된 이들이 돈을 위해 무계획적인 레버리지(차입)를 동원해 쌓아 올린 숫자의 모래성은 결국 세계 금융시스템을 파멸로 몰고 갔다. 무엇보다도 진리에 가깝게 여겨졌던 퀀트의 모형은 ‘전례 없는’ 변수에 무참히 무너지는 사상누각이었다.



 파생상품의 폭발력에 붕괴 직전까지 갔던 시장은 이성을 되찾았을까. 저자의 대답은 ‘아닌 듯하다’다. 온라인상의 은밀한 트레이딩 네트워크인 ‘다크풀’과 공매도에 활용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1720년 최초의 폰지 사기인 ‘남해회사 버블 사건’에 걸려 2만 파운드를 탕진했던 아이작 뉴턴은 “나는 전체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결코 계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시장을 뒤흔드는 불안의 밑바닥에는 인간의 탐욕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하현옥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