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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죽고 못 살던 카뮈·사르트르, 그 둘을 가른 이념

중앙일보 2011.07.16 00:11 종합 25면 지면보기






카뮈(左), 사르트르(右)













사르트르와 카뮈

-우정과 투쟁

로널드 애런슨 지음

변광배·김용석 옮김

연암서가, 548쪽

2만5000원




제목이 『사르트르와 카뮈』라면 이 책은 새로울 게 못 된다. 원제는 『카뮈와 사르트르』다.



 두 사람 이름의 순서에 주의하자. 이념의 시대 20세기엔 ‘사르트르와 카뮈’가 당연했지만 소비에트의 붕괴와 함께 21세기는 ‘카뮈와 사르트르’로 표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공산주의에 대한 입장을 두고 격렬하게 갈라선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반전을 겪었다. 공산주의를 ‘문명의 질병’ ‘살인의 사상’으로 규정했던 카뮈는 사르트르에게 버림 받았다.



 하지만 현실 공산주의가 역사로부터 버림 받은 지금, 카뮈의 직관이 더 옳았던 게 아닐까? 책은 일정 정도 카뮈 사상의 복권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의 편에 서진 않는다. 사르트르냐, 카뮈냐? 양자택일을 강요하던 냉전 시기 흑백논리를 뛰어 넘고자 한다.



 사르트르는 카뮈보다 여덟 살 더 많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레지스탕스 활동은 카뮈가 선배였다. 사르트르는 훗날 자신의 중심 사상이 된 ‘앙가주망(참여)’의 전형을 초기의 카뮈에게서 발견했다. 하지만 사르트르가 점점 과격해질수록 카뮈는 폭력에 호소하지 않는 중용을 강조하며 신중해진다. 카뮈는 옛 소련의 국가폭력을 격렬하게 비난했지만 프랑스의 식민지 전쟁엔 입을 다물었다.



 프랑스 68세대 사상가들에게 지적 세례를 받은 세대들에겐 이들의 사상이 낡아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우정과 결별 사이에 펼쳐진 격렬한 삶의 드라마는 푸코나 알튀세의 그것보다 더 생생하다.



 술에 취해 벽장 속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사르트르, 냄비를 두드리며 군악대 놀이를 하는 카뮈. 철학과 문학보다는 음담패설에 더 들뜨던 두 남자. 파리 생 미셸 광장을 기어서 누가 먼저 횡단하는가 내기 걸던 익살꾼들. 남성적 외모로 여성을 사로잡던 카뮈에게 열등감을 느끼며 “내가 너보단 더 지적이야”라고 뻐기던 사르트르. 레지스탕스 비밀조직원들이 사르트르를 환영하지 않았던 이유도 재미있다. “그처럼 말 많은 인물이 비밀조직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더구나 그런 (못생긴) 얼굴과 (사팔뜨기) 눈을 하고선 발각될 위험이 너무나 컸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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