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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마당에도 유골 안장 … 장례 문화 달라진다

중앙일보 2011.07.16 00:10 종합 22면 지면보기



정부, 나무·화초 밑에 묻는 ‘자연장’ 활성화 개정안 확정





자신을 ‘조센진’이라고 부른 야쿠자를 살해한 뒤 인질극을 벌였던 재일동포 권희로씨. 그는 지난해 3월 별세하기 직전에 “시신을 화장해 유골의 반은 선친의 고향인 부산 영도 앞바다에 뿌리고, 나머지 반은 일본 시즈오카(靜岡)현의 어머니 묘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그의 골분(骨粉·화장한 뒤 남은 뼛가루)을 산이나 강에 뿌리는 건 위법이 아니지만 우리나라 바다에 뿌리는 것은 불법이다. 해양환경관리법상 골분은 바다에 버릴 수 있는 폐기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론 이런 ‘바다장례’가 합법화된다.



 정부는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화장시설과 ‘자연장(自然葬)’을 늘리는 내용의 ‘장사(葬事) 제도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저출산·고령화·핵가족화 등으로 장사문화가 화장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김 총리는 “고령화사회가 다가오면서 장사 문제의 중요성은 더해 간다. 독일어로 묘지는 ‘프리드호프(Friedhof)’라고 쓰는데 어원을 따져 보면 ‘평화의 뜰’이란 뜻이다. 우리도 장사문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2007년 처음 도입된 자연장의 활성화다. 묘지나 납골당보다 면적을 덜 차지하는 자연장지 조성에 대한 규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확 풀린다. 법인이 자연장지를 조성할 때의 기준 면적이 10만㎡ 이상에서 5만㎡ 이상으로 완화돼 더 쉽게 자연장지를 만들 수 있다.



문화재보호구역 안에는 자연장지를 더 크게 조성할 수 있다. 면적 한도를 현재의 5000㎡ 미만에서 3만㎡ 미만으로 늘리기 때문이다.



 또 추모시설 같은 건축물을 짓지 않는 경우에 한해 일부 주거·상업·공업지역에도 자연장지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자연장지는 녹지와 농림지역 등에서만 가능했다. 그러나 준주거지역(주거 기능과 상업·영업 기능을 같이 갖춘 주거지역)의 개인 주택에선 마당의 30㎡ 이내 넓이에 골분을 묻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단 전용주거 지역에는 자연장지를 둘 수 없도록 했다.



 해양환경관리법을 고쳐 바다에 골분을 뿌리는 장례도 허용할 예정이다. 자연장으로 치를 경우 장려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묘지가 택지·신도시 개발부지 안에 있을 때 유족이 ‘개장유골(改葬遺骨·분묘를 파헤쳐 수습한 유골)’을 현지에서 바로 화장할 수 있도록 버스 형태의 ‘이동형 화장로(火葬爐)’도 도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근 소비자 불만이 늘고 있는 장례물품 강매, 추가요금 요구 등 법 위반사항에 대한 신문고제가 운영된다. 



이철재 기자



◆자연장=시신을 화장한 뒤 골분을 납골당에 두지 않고 나무·꽃·잔디 밑이나 주변에 묻는 장사 방법. 수목장형과 정원형이 있는데 요즘 수목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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