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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야생동물 사랑과 목숨을 바꾼 여자, 존 루트

중앙일보 2011.07.16 00:09 종합 26면 지면보기








와일드 플라워

마크 실 지음

이영아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328쪽, 1만3000원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을 지키는 데 평생을 바친 삶’은 단 한 문장으로 압축하기엔 너무 거대한 드라마다. 야생동물과 소통하려면 깊은 인내가 필요하고, 환경파괴자와 싸우려면 시시각각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런 삶을 살아낸 한 여성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프리카 케냐에서 평생 동물애호가·환경운동가로 살며 존경 받았던 여성, 존 루트의 이야기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2006년, 케냐에서 존 루트가 살해됐다는 기사를 보고 취재에 나선다. 그리고 그녀의 비범한 삶에 이끌려 3년여 케냐를 오가며 그녀의 발자취를 추적했다.



 존 루트는 케냐에서 부유한 커피농장주의 딸로 태어났다. ‘바오밥 나무: 나무의 초상’ ‘신비의 흙성’ 등 유명 자연 다큐멘터리를 만든 앨런 루트와 결혼해 25년간 오지를 탐험하며 수많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건 늘 앨런이었지만, 존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앨런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된 후 존의 인생은 크게 바뀐다. 필름에 동물의 모습을 담는 것을 넘어서 밀렵꾼들에게 도살당하는 코끼리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고 나이바샤 호수를 지키기 위한 운동을 시작한다. 그러다 결국, 그녀를 반대하는 이들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된다.



 “우리가 헤어지고 나서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함께했던 추억은 바로 엊그제 일만 같아. 당신한테 이야기해주고 싶고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지 몰라(…) 요즘 난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고 있어. 하지만 내 인생의 유일한 사랑과는 친구로도 연락을 못 하고 있지.”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떠난 남편에게 이런 편지를 쓰는 헌신적인 여자이면서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밀렵꾼들의 협박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대범한 이의 이야기는 때론 소설처럼 읽힌다. 더불어 케냐의 역사를 짚어본 미시사이기도 하다. 야생동물의 마지막 보고인 케냐가 겪고 있는 갈등, 부패의 상처 등을 담았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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