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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대화 잘 못하면 의사 하기 힘든 세상 옵니다”

중앙일보 2011.07.16 00:06 종합 32면 지면보기



국내 첫 의료커뮤니케이션 박사학위 내달 받는 이현석씨



“의사가 서두르는 표정을 지으면 환자가 증상을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현석 원장의 생각이다. 특히 초진 때는 10∼20분을 할애해 환자의 얘기를 잘 들어준다.



“앞으론 환자와 대화를 잘하지 못하면 의사 하기 힘든 세상이 될 겁니다.”



 다음달 국내 첫 의료 커뮤니케이션 박사 학위(광운대 신문방송학과)를 받는 경기도 산본 현대중앙의원 이현석(52·흉부외과 전문의) 원장의 학위 취득 소감이다.



그는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에 지난해부터 의료 커뮤니케이션 과목이 추가됐다”며 “필기시험 불합격률은 2.5%인데 실기시험 낙방률은 5%가 넘었다”고 말했다.



 환자와의 좋은 대화는 시대 변화상 불가피하며 의사에겐 생존의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의사 말을 잘 듣지 않는 환자에 대한 의사의 반응이 1960~70년대엔 ‘당신 나쁜 사람이야’, 80~90년대엔 ‘협조를 잘 안 하시는군요’, 최근엔 ‘함께 문제를 풀어 보시죠’로 변하고 있다. 그가 86년 받은 의사면허번호가 3만 번 대였지만 지금은 10만 번이 넘어간다. 환자 입장에선 선택할 수 있는 의사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의사들이 양질의 진료를 하는데도 사회에서 ‘건방지다’ ‘차갑다’ ‘자기들끼리만 잘났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안타까워 환자와 의사의 대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9년 9월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를 설립할 때는 한림대 의대 유형준 교수, 고려대 불문과 이영훈 교수와 함께 산파역을 맡았다. 학회 회원 700여 명 중에서 지금도 유일한 개원의다. 86년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후 의학박사 학위를 땄지만 의료 커뮤니케이션을 다시 공부해 이번에 두 번째 박사학위를 받게 됐다.



 이 원장은 “환자와의 첫 만남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국내 의료 현실에서 가능한 일인가?



 “초진 때 환자와 충분한 대화를 나눠 서로 신뢰가 쌓이면 재진할 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 의사가 환자와의 대화를 잘 하는 요령이 있나?



 “환자 말을 중간에서 끊지 말기, 서로 동반자 관계라는 인식 갖기, 모르는 내용을 물으면 함께 해결하기 등 세 가지가 중요하다.”



 - 환자가 병과 무관한 엉뚱한 얘기를 꺼내면.



 “그래도 끊지 말고 1분간은 들어줘야 한다.”



 - 환자가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라며 말을 머뭇거리면.



 “‘예, 괜찮으니까 말씀하세요’라고 말해 환자를 안심시키는 게 중요하다.”



 - 그래도 환자가 “예, 저 그게…”라며 말을 더듬으면.



 “‘네에, 그런데요’라고 말하며 더 기다려야 한다.”



 환자가 뭔가 말할 것이 있어 보이는데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면 서두르지 말고 경청하다 보면 “실은 제가 지난 번에…”라며 진짜 속에 담아둔 얘기를 꺼내게 되는데 이것이 정확한 진단의 단서가 된단다. .



 또 “충분한 설명도 없이 ‘수술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말하거나 약속한 날짜에 오지 않았다고 해서 야단치는 것은 잘못된 대화법”이라고 했다. 자상함과 권위의 균형을 잡는 것도 명의의 덕목으로 꼽았다.



그는 “환자의 말을 듣고 함께 눈물을 글썽이며 손을 잡아주기보다는 등을 두드리며 용기를 주는 의연함을 보여야 한다”면서 “환자가 불안한데 의사까지 흔들리면 신뢰를 잃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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