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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보도 “배움엔 밤이 없다” 젊은 교수 3인, 오연천 총장에게 직언

중앙일보 2011.07.16 00:03 종합 8면 지면보기



“서울대 이대로 가면 미래 없다”



14일 오연천 서울대 총장과 교수들이 만나 연구활성화 방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사진 왼쪽부터 김형도·김기훈 물리학과 교수, 박준석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 총장.





“기초학문 연구를 지원하는 BK21 사업이 내년으로 끝이 나면 서울대엔 미래가 없습니다. 지금 같은 발전 가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요.”(김기훈 교수)



 “대안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고 발전기금 모금에도 힘을 쓰고 있습니다. 기초학문이 홀대받아선 안 되지요.”(오연천 총장)









본지 7월 1일자 22면.



 14일 오후 7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 내의 한 식당. 오연천 총장과 30~40대 젊은 교수들이 서울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오 총장과 마주 앉은 이들은 김기훈(42)·김형도(38) 물리학과 교수와 박준석(40)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세 명. 본지 기자들이 지난달 29일 밤~30일 새벽 서울대를 찾았을 때 “배움엔 밤이 없다”며 연구실 불을 밝히고 있던 이들이었다. 안진호(40)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해외 출장 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3시간 넘게 계속된 토론에서 젊은 교수들은 “서울대가 발전하기 위해선 연구비도 문제지만 연구를 받쳐주는 시스템이나 인프라(기반)가 확충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형도 교수는 “30년 동안 최고의 학생들이 서울대에 들어왔는데 이들을 키우는 시스템은 정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훈 교수도 지적에 공감했다.



 “군대의 질을 결정하는 건 하사관이고 과학 연구에선 테크니션(기술자)들입니다. 외국 대학에선 테크니션들이 20~30년간 근무하며 실험기기를 관리·제작해주기 때문에 대학원생들은 실험에만 몰두하면 됩니다.”



 김 교수는 “서울대의 경우 기술력을 뒷받침해줄 테크니션이 없으니 대학원생들이 처음부터 다시 익히고 고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총장은 “유지 관리 인력 확보에 신경을 쓰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교수들은 KAIST와 POSTECH으로부터 맹렬한 추격을 당하고 있는 서울대의 현재 상황에 대해 위기감을 나타냈다.



 “과학은 평준화 의식으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이건 빈익빈 부익부 싸움이고 앞서가야 하니까….”



 김기훈 교수는 “서울대 독주체제는 옛날 얘기고 서남표 KAIST 총장의 개혁은 남의 일이 아니다”며 “지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울대 교수들이 더 노력하고 더 적극적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도 교수는 “한국인으로서 노벨 물리학상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을 받는 김은성 교수가 몇 년 전 KAIST로 갔다”면서 “만약 다른 국내 대학에서 첫 노벨상이 나온다면 ‘서울대는 뭐했나’라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스타 교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준석 교수는 “교수 초빙을 위해 전화를 하면 ‘서울대에 오면 좋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보람이 있습니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더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안철수 교수의 영입으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 도약하고 있는 것처럼 스타 교수 초빙을 위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형도 교수는 “외국인 교수를 모셔오기 위해 1년 동안 노력했는데도 실패한 적이 있다”며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지만 와주십시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를 마친 뒤 오 총장은 “그동안 듣지 못했던 젊은 교수들의 솔직한 얘기를 들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서동일 인턴기자(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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