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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분석]평양에 웬 체어맨? 北서 잘팔리네 … 김정일 "휘파람 다음엔 뻐꾸기로 하라우"

온라인 중앙일보 2011.07.15 09:50






평양에 주차된 '준마'의 모습. 우측은 평화자동차 '준마'(사진=평화자동차)




평양 한복판에 쌍용자동차의 체어맨과 똑같은 모양의 자동차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평양 번호판을 달고 있다. 심지어 대형 광고판까지 등장했다. 철저한 공산체제인 북한에서 시장경제의 대명사인 광고판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최근 한 중국사이트에 이런 사진이 자주 올라온다. "평양에 웬 체어맨?"이라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그러나 이 자동차는 북한에서 생산되는 '준마'다. 말이 북한산일 뿐 부품은 모두 쌍용자동차의 것이다.









평양에 있는 평화자동차 부품점



평화자동차는 1998년 북한 남포에 70% 지분(조선민흥총회사 30%)으로 남북합영회사 평화자동차총회사를 설립했다. 평화자동차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는 '휘파람'시리즈 3종과 '준마' '픽업' '삼천리' '뻐꾸기' 시리즈 3종, 4륜 구동 '뻐꾸기 4WD' 등이다. 휘파람은 이탈리아 피아트사의 시에나, 뻐꾸기는 소형 지프차량인 도블로, ‘준마’는 쌍용자동차의 체어맨을 모델로 했다. 삼천리는 중국 진베이가 모델이다.



평화자동차에 따르면 이들 자동차는 시에나와 도블로, 체어맨 등 각각 원래 모델의 부품을 중국을 통해 북한 현지 공장으로 들여와 조립 생산한다. 평양시 모란봉 구역에는 평화자동차 부품점도 운영되고 있다.



평화자동차에서 생산하는 차량들은 북한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들어 상반기에만 2000대가 팔렸다. 지난해 대비 30% 가량 늘었다. 북한의 경제 사정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장세다. 평화자동차 노병춘 실장은 "어려운 남북관계에도 50만~72만 달러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SUV차량인 뻐꾸기 시리즈는 지난해 1500여 대 팔리는 등 특히 인기가 좋다. 비포장도로가 많은 북한 현지 특성상 기동성이 좋은 SUV차량이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외화벌이를 하는 무역회사, 기관에서 주로 구입해간다. 가격은 1만2000 달러다. 소형승합차량인 '삼천리'도 잘 팔린다. 지방 출장을 자주 다니는 무역상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평양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택시. 평화자동차의 '휘파람Ⅱ'다. 우측은 평화자동차 '휘파람Ⅱ'(사진=평화자동차)




'휘파람"뻐꾸기"준마'같은 차량 이름에는 북한의 정서가 반영돼 있다. ‘뻐꾸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지어준 이름이다.



'휘파람'은 북한에서 꽤 세련된 느낌을 주는 단어로 통한다. 젊은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떠올리는 단어로도 회자된다. 북한 젊은 남녀가 데이트를 할 때 쓰는 은밀한 신호가 휘파람이기 때문이다. 남성이 휘파람을 불면 신호를 들은 여성이 집을 몰래 빠져 나와 데이트를 한다. 뻐꾸기 소리도 휘파람과 비슷한 신호다. 남성들은 입으로 뻐꾸기 울음소리를 내서 여성에게 신호를 보낸다. 노병춘 실장은 "2004년 뻐꾸기를 출시할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차의 사진을 보여줬더니 '휘파람 다음엔 뻐꾸기로 하라우'라고 했다"고 전했다.









'뻐꾸기' [사진=평화자동차]











'삼천리'[사진=평화자동차]



준마는 고급 세단인 만큼 이름을 통해 힘이 세고 성능이 뛰어남을 강조했다. 가격은 4만 달러 정도다. 준마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일화를 지니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방북해 남포 평화자동차 공장을 방문했다. 노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와 함께 준마를 시승하기 위해 운전석에 올랐다. 노 대통령은 핸들을 잡은 뒤 차 앞에 있던 수행원들에게 “자, 갑시다. 앞에 있는 사람들은 나와 주십시오”라며 시동을 걸었으나 차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뒤에 있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가리키며 “이 분이 자동차 도사”라고 소개하며 운전대를 넘겼다. 정 회장은 브레이크 잠금 장치를 점검하면서 시승을 도왔지만 그래도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당시 “노 대통령과 정 회장이 기어를 ‘P(파킹)’에 놓고 시동을 걸었다””시험 차량이었다”등 원인에 관심이 쏠렸다. 평화자동차 노병춘 실장은 “노 전 대통령이 운전을 오랫동안 해보지 않아 생겼던 해프닝”이라고 전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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