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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송곳봉 오르다가 내려다 보니, 까마득한 바다

중앙일보 2011.07.15 04:09 Week& 2면 지면보기
울릉도 산행을 즐기는 방법 네 가지를 소개한다. 샌들 신고 걸을 수 있는 산책로부터 전문 산악인만 가능한 암벽 등반까지 코스도 여럿이고 난이도도 다양하다. 물론 산행 코스에 따라 울릉도는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한다.



김영주·홍지연 기자



울릉도 산행을 즐기는 네 가지 방법









1 지난 2일 장지명(K2익스트림팀·사진 오른쪽)·박충길(오른쪽에서 셋째)씨 일행이 송곳봉 암벽을 오르고 있다. 2 울릉도에만 분포하는 섬말나리가 성인봉 가는 길에 피어 있다. 3 송곳봉 암벽으로 향하는 길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이름 모를 바위섬 꼭대기 부분이 자욱한 바다 안개 사이로 솟아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4 울릉도 특산물인 싱싱한 닭새우와 참새우. 머리 부분에 벼슬 모양으로 뾰족한 가시가 솟은 것이 닭새우다. [사진=김영주 기자]







1 암벽 등반의 성지 - 송곳봉




울릉도 서쪽 천부리에 있는 송곳봉(430m)은 이름 그대로 송곳 같은 봉우리다. 바닷가에서 바라보면 거인이 고깔모자를 쓰고 있는 것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다. 나리분지로 트레킹을 나서는 이들에게 송곳봉은 경외의 마음을 담고 바라보는 그림 같은 풍경일 뿐이다. 그러나 암벽 등반가들은 그 풍경에 매달려 올라간다.



 송곳봉 등반의 역사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 왕골산악회에서 초등을 기록했고, 이후 해마다 한두 팀이 이 깎아지른 절벽에 도전하고 있다. K2 익스트림팀과 함께 송곳봉 암벽을 탔다. 정상까지 오르려면 10피치(1피치는 자일 60m 거리)는 올라야 하지만 3피치만 올랐다. 해발고도로 치면 330m 지점이다.



 그래도 경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지였다. 송곳봉 중턱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마치 ‘블루 하와이’ 칵테일 한 잔이 스케치북 위에 엎질러져 있는 것 같았다. 300m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데도 바다 밑바닥이 훤히 드러났다. 날개가 있으면 그대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이는 바다였다. 산행에 동행한 산악인 장지명(32·K2익스트림팀)씨는 “우리나라에 이런 데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다”고 소감을 밝혔다. 힘든 코스지만 등산학교를 거친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 울릉산악회(054-791-1020)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2 아무도 없는 바닷가길 - 내수전 트레킹



내수전은 섬 동쪽 저동리 해안가를 이른다. 옛날 김내수라는 사람이 화전을 일구고 살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서 섬 북동쪽 석포까지 5.4㎞ 구간은 콘크리트나 아스팔트가 없는 길이다. 울릉도 해안 중 유일하게 도로가 나지 않은 곳. 그래서 트레킹 코스로 이름이 나 있다.



 트레킹은 도동항에서 출발한다. 두세 시간이면 왕복이 가능하고 숲이 우거져 산림욕에도 좋다. 뱃멀미에 시달린 여행객이라면 마수걸이 울릉도 여정으로 어울린다. 도동항에서 30분 거리에 정매화곡 쉼터가 나온다. 바위에서 떨어지는 약수로 목을 축이고 다시 걸으면 와달리로 내려가는 오솔길 들머리다. 여기서 바닷가까지 1㎞ 내리막길은 최근에 열린 길이다.



 와달리는 현재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 집터로 가는 길만 남아 있다. 그래서 호젓하다. 소나무와 섬고로쇠, 동백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길 아래 바닷가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이름 모를 꽃 향기가 진하게 배어 있었다. 자귀꽃 향 같지만 산림이 울창해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와달리 해안에는 독도를 바라보고 있는 빈 초소 하나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옷을 다 벗고 해수욕을 해도 아무도 모를 것 같은 바다였다. 샤워는 100m 높이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로 하면 되고.



3 울릉도 산행의 정석 - 성인봉



비 오는 여름날 성인봉은 원시림의 원형이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안개가 짙어져 마치 열대우림을 탐험하는 기분이다. 도동에서 오르는 코스 중에서 KBS중계소에서 시작하는 루트를 선택했다. 산행 초입에 곰솔(해송), 우산고로쇠, 울릉도 마가목 등이 울창한 숲을 이뤘고 바닥에는 고사리가 무성해 중생대 생태를 보는 것만 같다.



 아침부터 내린 장맛비로 성인봉 오르는 등산로는 제법 미끄러웠다. 짙은 안개까지 내려앉아 발걸음을 잠깐만 멈춰도 앞사람 꽁무니를 놓칠 것만 같았다. 그러나 흐린 날의 성인봉 등산로는 몽환 그 자체였다. 빠르게 지나가는 구름 아래로 안개 속을 산책하는 기분은 신선이 부럽지 않았다. 성인봉에 당도했을 때 빗줄기는 더 굵어졌다. 애초 나리분지로 내려갈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바꿔 다시 도동으로 하산했다. 왕복 4시간 만에 산행이 끝났다.



 비 오는 날 여름 산행에선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한 날은 시야 확보가 어려워 미끄러지기 쉽다. 저체온증도 조심해야 한다. 땀 흘려 산 정상에 오른 뒤 하산 길에 땀이 식으면 체온도 내려간다. 방수 재킷과 여분의 옷을 항상 준비해야 한다. 여름 성인봉은 사흘에 하루꼴로 비가 내린다.



4 야생 흑염소가 사는 숲 - 태하등대 가는 길



태하등대 가는 길은 두 개가 있다. 태하선착장 근처 황토굴 위쪽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는 길과 관광 모노레일을 타고 가는 길이다. 모노레일은 6분 정도 걸린다. 타고 가는 동안 여유롭게 바깥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500m 정도 완만한 길을 따라 걸으면 향목전망대에 도착한다. 태하등대 바로 앞에 놓인 전망대로 동해를 굽어볼 수 있다. 발 아래는 바닷속이 훤히 보이는 벼랑, 북쪽으로는 아름다운 현포마을 넘어 송곳봉이 우뚝 솟아 있다. 바닥 일부는 투명 유리다. 여기에 서 있으면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아찔하다.



 걸어가는 길은 해안가 황토굴이 시작점이다. 기암괴석이 튀어나온 해안에 철제 구조물 산책로를 조성했다. 등대로 오르는 오솔길엔 동백·후박나무 등이 성했다. 7월인지라 섬벚나무 열매가 풍성하게 달렸다. 등대까지는 걸어서 40분 정도 걸린다. 등대 가는 길에 야생 흑염소 무리와 맞닥뜨렸다. 산에서 놓아 기르는 염소가 야생으로 변한 것이다. 일행을 안내한 울릉산악회 최희찬(39)씨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 야생 염소가 많다”고 했다. 사람 발자국보다 염소 똥이 더 많았다.











● 울릉도 여행정보 울릉도 가는 배는 강원도 동해와 강릉, 경북 포항에서 출발한다. 포항∼울릉도 노선 1일 1회, 동해~울릉도 노선은 보통 1일 2회 왕복운항한다. 대아고속(www.daea.com)이 여름 성수기를 맞아 울릉도 배편과 대아리조트 숙박을 묶은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1544-5117. 요즘 울릉도 특산물은 닭새우와 오징어다. 닭새우는 울릉도에서 ‘보리새우’로 불린다. 독도 근해까지 3시간 배를 타고 가야 잡을 수 있다. 머리에 벼슬 모양의 가시가 돋아 있으며, 횟감으로 인기다. 껍질을 벗기고 날로 먹는데 울릉도에서는 껍질까지 씹어먹기도 한다. 오징어는 막 제철이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조황이 좋지는 않다. 7월에 한창 잡히는 자리돔 회도 좋다. 저동항 활어판매장 앞 좌판에서 먹을 수 있다. ‘약소’로 알려진 울릉도 한우는 사나흘에 한 마리씩 잡는다. 울릉군청 홈페이지(www.ulleung.go.kr)에서 당일 잡은 쇠고기를 판매하는 식육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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