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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사태, 가계 부채 걱정” … 김중수 ‘베이비 스텝’ 이어진다

중앙일보 2011.07.15 00:27 경제 4면 지면보기



기준금리 연 3.25% 동결
유럽자본 외국인 자금 절반 차지
재정위기 확산 땐 국내 경제 타격



김중수 총재



‘가계부채와 유럽’.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밝힌 금리 동결 이유다. 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유럽 문제가 확산될 개연성을 (금리 결정에) 고려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남유럽 5개국의 국내 증시와 무역 비중이 각각 4%와 2%도 안 돼 직접적인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수 있지만 국내 외국인 자금 중 유럽 비중이 절반 정도로 높다”고 설명했다. 재정위기가 유로존 전체로 확산된다면 국내 경제에 미칠 간접 영향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통위는 지난달까지 ‘일부 유럽국가의 재정문제’로 표현했던 유럽 위기를 이날 ‘유럽지역의 국가채무 문제’로 바꿔 표현했다.



 미국 경제를 보는 눈도 조심스러워졌다. 김 총재는 “더블딥 정도로 비관적인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성장 둔화가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하방 위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의 회복이 예상보다 강하다”던 상반기 평가와 다른 입장이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3차 양적 완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그렇게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은 시사했다”며 “그럴 경우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선진국에서 신흥개도국으로의 자본 이동이 많아질 위험이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가계부채에 대해선 “이것 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매우 중요한 변수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주택담보대출이 주택 구입 목적 이외로 쓰이는 비중이 늘어나는 점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는 하루아침에 생긴 문제가 아니므로 매우 꾸준하게 오랫동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성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말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핵심이 ‘돈줄 조이기’였던 만큼 금리까지 올리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물가는 여전히 안심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총재는 “많은 기관이 유가가 지금보다 많이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안정될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보지도 않는다”며 “유가가 물가를 끌어내리는 정도의 영향을 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통위의 금리 동결 결정은 순탄하게 이뤄졌다. 지난달에 이어 만장일치였다. 시장도 덤덤했다. 김중수식 ‘베이비 스텝’에서 연속 인상은 없으리란 예상을 했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아기가 천천히 걷듯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하겠다”고 여러 차례 천명해 왔다.



나현철 기자



◆베이비 스텝(Baby Step)=점진적인 금리인상.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재임하던 2004~2006년 시장의 충격을 감안해 조금씩 꾸준히 금리를 올리자 월가에서 이를 ‘베이비 스텝(아기 걸음마) 긴축’으로 부른 데서 유래했다. 반대로 공격적인 금리인상은 ‘거인의 발걸음(Giant Step)’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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