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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악보도, 리허설도 없이 … 무성영화 보며 즉흥연주

중앙일보 2011.07.15 00:26 종합 22면 지면보기



피아니스트 박창수씨 실험무대





피아니스트 박창수(47·사진)씨는 다음 달 4일 영화 한 편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1929년 나온 무성영화 ‘일요일의 사람들’ 영상에 음악을 연주한다.



 리허설은 없다. 악보도 없다. 박씨의 머릿속에도 음악에 대한 계획이 없다. 심지어 “영화는 공연 일주일 전쯤 한 번 볼 생각”이라고 한다. 그는 즉흥 음악 피아니스트다. “영화를 여러 번 보거나 음악을 미리 맞춰보면 오히려 방해가 돼요. 계획 없이 연주해야 진짜 ‘날 것’이 나오죠.”



 즉흥 연주를 시작한 건 열네 살 때다. 혼자 음악을 만들 고, 퍼포먼스를 계획했다고 한다. 서울예고·서울대에서 작곡을 공부했지만 그의 관심은 오선지 위에 머물지 않았다.



 “머리 싸매고 오선지 위에 쓸 때보다 즉흥으로 연주할 때 새로운 기법과 형식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어요. 물론 제 방식이 정답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는 2003년부터 무성영화에 음악을 입히기 시작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프랑스 영화 두 편을 맡은 후 현재까지 40여 편의 무성영화와 즉흥 음악을 결합시켰다. 그가 다음 달 4일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세 번 무대에 오른다. 코미디 영화 ‘들고양이’(1921년)와 멜로드라마 ‘아라비아의 하룻밤’(1920년)을 차례로 선택했다. 두 번째 공연부터는 강은일(해금)·알프레드 하르트(색소폰) 등 다른 악기 연주자도 함께한다. 합주 또한 사전에 조율이 없는 즉흥이다.



 “어렵나고요? 이번엔 별로요. 일본에서는 20일 동안 매일 다른 영화로 무대에 오른 적도 있었거든요. ”



 박씨는 이처럼 악보와 계획이라는 ‘안전 장치’ 없는 무대를 즐긴다. 실수나 착오는 없을까. “즉흥에선 실수도 음악이 될 수 있어요. 잘 구조화하는 게 즉흥 연주자의 역량입니다. ”



▶8월 4·11·18일 오후 8시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 02-6303-1911.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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