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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의술 앞섰지만 … 한국, 태국에 환자 다 빼앗긴다

중앙일보 2011.07.15 00:17 종합 10면 지면보기






정용환
홍콩 특파원




“곧 원격진료 시스템과 의료를 접목한 한국의 선진 의료 현장을 견학하러 한국에 갑니다.”



 지난해 15만 명의 외국인이 찾은 방콕병원의 자매병원 방콕체인호스피탈의 고위 경영자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한 한국의 IT메디컬을 높게 평가했다. 방콕병원은 태국 최대의 투자개방형(영리) 병원 주식회사 방콕두싯메디컬서비스(BDMS)의 주력 병원이다. 지난 4일 방콕에서 만난 이 경영자는 “세브란스병원 등 메디컬 IT 현장을 샅샅이 둘러보고 제휴를 타진할 것”이라며 삼성서울병원 담당자 연락처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태국 의료계가 한국을 벤치마킹하는 형편이지만 해외 환자 유치 실적에선 한국을 크게 앞서간다. 지난해 한국은 8만 명이었고 태국은 156만 명에 달했다.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의 격차다. 태국은 이미 동남아시아 의료 허브(hub·중심)로 자리 잡았다. ▶<본지 7월 13일자 1면 참조·사진>



 태국은 이런 황금어장에 경쟁자라도 나타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견제 대상은 한국이다. 한국의 병원들도 해외 환자를 본격적으로 유치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한국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태국의 비즈니스 병원들은 한국 언론에 개방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투자개방형 병원이 논의되자 분위기가 싹 달라졌다. 요즘은 해외 환자를 많이 유치하는 유명 병원을 취재하기 위해 공식 절차를 밟으면 ‘2주 전에 신청을 해야 한다’는 답변만 되돌아온다.



 우여곡절 끝에 해외 환자 유치 시스템을 취재할 수 있게 된 방콕병원은 100억원이 넘는 최첨단 암치료 기기 노발리스 등 고가의 의료 설비를 보유했다. 의료진의 30%는 미국 유학파다. 병원이 증시에 상장됐기 때문에 해외 자금을 빨아들여 인력·설비에 쏟아붓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태국이 우리 의료 수준을 추월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마케팅·자금력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는 기술은 시장에서 뒤처지게 마련이다. 경쟁에서 낙오하기 전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용환 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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