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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고통 없인 소통도 없다

중앙일보 2011.07.15 00:11 종합 29면 지면보기






차진용
산업선임기자




‘트위터 대통령’. 소설가 이외수 선생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그가 트위터에 올리는 한마디, 한마디를 좇는 팔로어(트위터 내 추종자)가 84만 명이 넘는다. 사이버와 모바일 세상에서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6월 마지막 토요일, 강원도 화천군청 강당에서 그의 강연을 듣게 됐다. 그가 한 학교 모임의 요청에 기꺼이 응해준 덕분이다. 그는 질의응답까지 두 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만남에서 시종 좌중을 휘어잡았다. 그의 말과 행동은 거침없이 당당했다. 굶기를 밥 먹듯 하고 방값이 없어 노숙을 하던 젊은 시절의 고난했던 삶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 그의 강연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20세기가 이성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감성이 지배하는 시대다. 감성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 “머리 좋은 사람이 많은 세상보다 마음씨 좋은 사람이 많은 세상이 돼야 한다.” “생각이 아니라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모두 귀 담아 들을 내용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슴에 와닿은 한마디가 있다. “나뿐인 놈은 나쁜 놈”이란 말이다. 주변 사람 생각 안 하고 자신의 편익만 챙기면 나쁜 사람 취급을 받아 마땅하다는 얘기다. 사실 우리 사회의 모든 부조리와 갈등의 원인이 이 한마디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서민의 가슴에 피멍 들게 한 부산저축은행 경영진, 비리에 눈 감고 뇌물을 받은 공직자, 표만 의식해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는 정치인…. 이들 모두 ‘나뿐’에 집착한 사람들이다. 이들만이 아니다. 내릴 때는 찔끔거리다 올릴 때는 쏜살 같은 주유소, 신제품이라며 슬그머니 가격을 올린 기업, 얄팍한 샐러리맨의 지갑을 더욱 얇게 만든 양심 불량 식당도 마찬가지다.



 ‘나뿐인 놈’이란 손가락질을 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으로 주변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사회엔 아직 소통의 지혜가 부족하다. 날치기 논란이 불거진 최저임금 문제만 해도 그렇다. 공익위원과 노동계 위원, 경영계 위원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3자 합의에 실패하자 공익위원과 경영계 위원만 참석한 가운데 13일 6%(260원) 인상을 결정했다. 법정 기한이 열흘 넘게 지나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이지만 파장을 생각한다면 좀 더 신중하게 처리했어야 했다. 200여만 저임금 근로자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 아닌가. 노동계가 25.2% 인상안을 제시한 데 맞서 경영계가 동결을 주장한 상태에서 출발해 격차를 각각 10.6%와 3.1%로 줄인 만큼 3자가 인내심을 갖고 대화했다면 대타협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었을 게다. 지지부진한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매년 반복되는 노사분규, 군대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도 나만 앞세운 소통 부족이 원인이다.



 소통이 이뤄지려면 강자가 먼저 나서야 하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누구보다 이명박 대통령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소통 부재라는 비판을 자주 받곤 한다. 본인이 옳다고 믿으면 주변의 의견은 무시하는 경향이 짙어서다. 10대 청소년과도 서슴없이 소통하려는 트위터 대통령과는 거리가 멀다. 이외수 선생은 젊은이와의 교감을 위해 고통스러운 수고도 즐겁게 받아들인다. 그는 게임 매니어인 둘째 아들과 소통하려고 열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게임을 했다고 했다. 덕분에 지난 5월 케이블방송 온게임넷의 ‘켠 김에 왕까지’란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그는 이 게임의 최종 목표인 왕까지 정복하느라 장장 14시간 동안 식사는 물론 간식도 사양한 채 몰입했다. 그는 1946년생이니 올해 나이 65세다.



차진용 산업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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