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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애플 ‘초강력 특허’ 에 숨은 사연

중앙일보 2011.07.15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나리
경제부문 차장




얼마 전 미국 실리콘밸리 출장길에 만난 애플 엔지니어가 이런 말을 했다.



 “스티브 잡스가 2, 3년 뒤 뭘 내놓을지 알고 싶은가? 애플 채용 사이트를 보라.”



 원하는 인재의 ‘스펙’을 보면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거다. 한데 이보다 더 신통한 방법이 있다. 인수합병(M&A) 리스트 분석이다. 최근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들썩이게 한 애플의 ‘초강력 특허’ 획득 뒷얘기를 따라가 보자. 스토리는 1998년 미국 델러웨이대에서 시작된다.



 당시 공대 박사과정 학생이던 웨인 웨스트먼이 엉뚱한 아이디어를 냈다. “인체공학을 이용하면 자판이나 마우스 없이도 PC를 조작할 수 있지 않을까.” 지도교수 존 엘리야스가 맞장구를 쳤다. “멋진 생각인데! 우리 회사 차릴까?” 이렇게 해서 둘은 ‘핑거웍스’라는 벤처기업을 만들었다. 2001년부터 평평한 패드를 건드리는 것만으로 입력이 가능한 장치들을 속속 내놨다. 뉴욕 타임스 보도처럼 ‘압력을 가할 필요도, 손목에 스트레스를 줄 필요도 없는’ 전혀 새로운 방식이었다. 하지만 매출은 형편 없었다. 놀라운 기술에 비해 디자인은 촌스럽고 마케팅도 부실했다. 이런 핑거웍스를 눈여겨본 이가 있었다. 스티브 잡스다. 2005년 그는 두 창업자가 애플에 근무하는 조건으로 이 회사를 샀다. 동시에 핑거웍스의 모든 제품은 단종이 됐다. 잡스가 원한 것은 오로지 ‘사람’이었다.



 두 창업자는 곧 모종의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2년 뒤 출시할 아이폰의 입력 방식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멀티 터치’ 기술이다. 스마트폰에 손가락 2개를 대고 사진 크기를 키웠다 줄였다 하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이 기술은 아이폰·아이패드에 ‘학습이 필요 없는 첨단 기기’란 명성을 안겼다. 더 큰 한 방은 지난달 22일 터졌다. 애플이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획득한 것이다. 이로써 애플은 삼성·소니 같은 글로벌 전자업체들과의 특허 전쟁에서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됐다. 그간 대부분의 스마트 기기들이 이 기술을 알게모르게 차용해 왔기 때문이다.



 M&A로 ‘혁신의 피’를 수혈하는 데 잡스만큼 능한 이가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다. 지난해 10월 실리콘밸리 최대 화젯거리는 단연 페이스북의 ‘Drop.io’ 합병이었다. 저커버그는 이 신생벤처를 사기 위해 2000만 달러를, 그것도 잠재가치 엄청난 페이스북 주식으로 일괄 지불했다. 그래 놓곤 정작 해당 서비스는 중단했다. 그 역시 욕심 낸 건 오로지 창업자 샘 레신뿐이었다.



이런 과감한 인재 영입은 세계적 혁신기업들의 공통된 성장 공식이다. 한데 우리나라에선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부서만 옮겨도 텃세가 걱정되고, 공채 기수가 아니면 잘해도 눈치 보이는 게 아직 많은 우리 기업들의 조직문화다. 이래서야 다들 말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기 힘들다. 잡스가 핑거웍스를 합병한 지 6년, 두 창업자는 억만장자이자 애플의 핵심 임원이 됐다. 부러운 성공담이다.



이나리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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