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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의 시시각각] 군대는 사회의 거울이다

중앙일보 2011.07.15 00:09 종합 30면 지면보기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여자들이 남자들과 대화할 때 싫어하는 게 남자들이 군대 얘기, 축구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제일 끔찍해 하는 것은 ‘군대에서 축구 한 얘기’라고 한다. 확실히 군대 얘기만 나오면 남자들은 젊은이, 늙은이 가릴 것 없이 기가 산다. 자기가 있던 부대는 특히 군기가 셌고, 하필 자기만 지독한 선임병을 만나 엄청나게 맞았고 동기들이 여럿 다치고 죽어 나갔다고 과장한다.



 그런 과장을 피해 말하겠다. 30년 전 내가 근무하던 보병부대에서는 두 명이 사망했다. 한 명은 제대를 한 달 앞둔 화기소대의 강모 병장이었다. 박격포(속칭 ‘똥포’) 사격 훈련을 하다 후임병이 격발했는데도 발사되지 않자 포신 속을 들여다보다 뒤늦게 튀어나온 훈련탄에 머리를 맞았다. 또 한 명은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입대한 박모 일병이었다. 내무반에서 밤새 앓다가 후송된 지 며칠 만에 숨졌다. 유행성출혈열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대원들은 그가 앓던 날 낮 소대장 정모 중위에게 무지막지하게 구타당한 사실을 알기에 오랫동안 의심을 지우지 못했다.



 며칠 전 국방부가 내놓은 ‘군 사망사고 추이’ 통계를 보면서 유명(幽冥)을 달리한 강모·박모 두 분의 이름을 떠올렸다. 통계에 따르면 이들이 사망한 1980년에 군 전체 사망자는 970명이었다. 자살·총기사고·폭행 등 군기와 관련된 사망자 497명과 교통·폭발·화재 등 안전사고 희생자 473명을 합친 숫자다. 이 숫자는 85년 721명, 95년 330명으로 쑥쑥 줄어든다. 2000년에 182명으로 내려가더니 작년엔 129명을 기록했다. 그 사이 군도 ‘구타·가혹행위 근절지침’(87년), ‘병영문화혁신’(2005년), ‘자살예방종합시스템’(2009년), ‘언어폭력근절대책’(2011년) 등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비율만 해도 군인(12.4%)은 민간인(25.3%, 20~29세 남자)의 절반을 밑돈다.



 그러나 나는 군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군대는 사회의 ‘거울’이라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대는 우리 사회와 동떨어진 무인도가 아니다. 별세계 무릉도원도, 지옥도 아니다. 우리 가정과 학교에서 성장한 이들이 군에 들어가 장교로, 사병으로 근무하는 것이다. 어느 사회 어느 조직이든 적응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군대도 마찬가지다. ‘군대 가서 사람 된다’는 말이 있지만 옛날에나 할 얘기다. 가정·학교가 감당 못하던 젊은이가 군대 갔다고 갑자기 사람 된다? 기대하기 힘들다. 지휘관 생활을 오래 한 내 친구는 “요즘 입대하는 젊은이들은 1990년을 전후해 태어난, 폭력·폭언과는 거리가 먼 신세대”라고 지적했다. 해병대가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옛날식 ‘개병대’ 기질과 확실히 이별하지 않는 한 이런 젊은이들을 껴안기 힘들 것이다.



 군대 문제는 사회 문제의 연장이다. 해병대의 ‘기수 열외’도 일본 청소년들의 이지메(집단 따돌림)가 국내에 왕따 문화 형태로 유입된 영향을 받은 젊은이들이 입대한 2000년께부터 나타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육군이 지난 12일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병 8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라. 전체 훈련병 중 외아들이 61%였고, 입대 전 독방을 쓰던 훈련병은 무려 89%였다. 독방 쓰던 외아들이 입대 순간부터 수십, 수백 명과 함께 먹고 자고 부대끼며 고된 훈련을 받는 것이다. 단칸방에서 콩나물처럼 살다 입대하면 오히려 넓은(?) 공간을 누렸던 할아버지·아버지 세대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리 아들들의 군 생활은 군만의 책임도 아니고 군만 윽박지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바깥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나는 군 지휘관들이 이번 사고로 위축돼 퇴행적 보신주의에 빠질까 봐 걱정이다. 군대는 여름방학에 잠시 다녀오는 보이스카우트가 아니다. 전투형 군대와 병영문화 혁신은 같은 화두다. 바깥사회가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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