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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서울역사 ‘문화역서울 284’로 내달 개관

중앙일보 2011.07.15 00:07 종합 18면 지면보기
1930년대 서울역(당시 경성역)은 욕망과 소외가 교차하는 장소였다. 서울역사가 처음 세워진 1925년 한껏 멋을 낸 ‘모던뽀이’와 ‘모던걸’들이 전차에 몸을 싣고서 탄성을 자아냈던 건축물이다. 동시에 역전에는 고달픈 일상의 지게꾼과 유랑민이 고독한 풍경으로 진을 치기도 했다. 소설가 박태원(1910~86)은 소설 『구보씨의 일일』에서 식민지 자본주의의 중심 공간으로 서울역을 통해 민족사적 아픔을 그려내기도 했다.


‘모던뽀이’ 거닐던 경성역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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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건축물 중 아름답기로 으뜸가는 옛 서울역사(사적 284호)의 원형 복원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문화역서울 284’라는 이름을 달고 다음 달 9일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개관을 앞둔 14일 복원 현장을 공개했다.



 옛 서울역사는 1925년 건립 당시의 모습을 상당 부분 되찾았다. KTX역사가 개통된 2004년 이전까지 수없이 변형됐던 것을 원래 모습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근현대 서울을 대표하는 양식 레스토랑이었던 ‘서울역 그릴’은 흰 천장에 나무 프레임을 다시 찾았다. 대통령이 이용하던 귀빈실도 1925년 당시 사진에서 추출한 벽지 무늬를 살려 꾸몄다. 이발소가 있던 공간은 원래의 붉은 벽돌 벽체와 나무 골조를 드러냈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스테인드글라스는 보통 측벽에 설치하지만 서울역사는 독특하게도 천장에 가로·세로 8m 작품이 있었다. 이는 외국에서도 흔치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본이 한국전쟁 당시 파손됐고, 전후 복구과정에서 봉황·태극·무궁화 등의 문양이 들어간 페인트화가 설치된 바 있다. 1925년을 복원 기준으로 삼았지만 당시 스테인드글라스의 원형을 알려주는 자료가 없어 현대작품을 새롭게 설치한다. 안 교수는 “기차역으로서의 기능, 역사적·건축적 가치를 간직하고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통일이 되면 유라시아 철도의 출발역이자 종착역이라는 의미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문화역서울 284’의 공사기간은 2년, 총 예산은 213억원이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관리를 맡아 내년 2월까지 전시·공연·영화 등 이벤트를 벌인다.



글=이경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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