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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성호준의 골프 다이어리 <23> 좋은 캐디는 프로골퍼의 ‘복’

중앙일보 2011.07.15 00:04 경제 18면 지면보기
유소연의 US여자오픈 우승을 보면서 잠깐 놀랐다. 유소연의 가방을 멘 사람이 신지애의 캐디를 맡았던 딘 허든(호주)이었기 때문이다. 허든은 유소연의 유럽 원정까지 함께하기로 했단다. 앞으로도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올 초 신지애는 허든과 헤어지면서 “아저씨(허든)의 어머니가 아파 간호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호주에서 가까운 아시아에서 경기할 때만 함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지애와 허든이 나쁘게 갈라선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허든이 유소연 측의 부탁을 받고 미국까지 날아간 것을 보면 미묘한 속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허든은 최경주가 일본 투어에서 뛸 때 캐디를 맡기도 했다. 한국 선수의 정서를 잘 이해하는 것 같다. 덩치 큰 허든과 아담한 신지애가 함께 있으면 ‘거꾸리와 장다리’ 서수남-하청일처럼 멋진 콤비로 보였다. 2008년부터 신지애의 가방을 멘 허든은 국내 지존이 세계 랭킹 1위로 도약할 때 그 옆을 지켰다. 신지애의 유일한 메이저 우승인 2008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허든이 큰 역할을 했다고 기자는 생각한다. 허든이 더 많은 보수를 요구했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둘 사이에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공교롭게도 신지애는 허든과 떨어진 후 우승이 없다. 세계랭킹은 4위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좋은 캐디와 함께하는 것은 큰 복이다. 유소연은 올해 그 복이 있다. 지난달 KLPGA 투어에서 우승할 때 그를 도운 캐디는 서희경을 오랫동안 지켜준 최희창씨였다. 비교적 무명이었던 서희경이 갑자기 맹타를 휘두르며 국내 1인자로 등극할 때 함께한 공신이었는데 주무대를 미국으로 옮기면서 최씨를 유소연에게 소개시켜줬다. 유소연은 최희창씨를 옆에 두면서 1년여의 슬럼프를 끝낼 수 있었다. 유소연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데 재주가 있더라”고 했다.



헤어졌지만 서희경은 최희창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씨는 “US오픈의 연장전을 보면서 유소연과 서희경 중 누구를 응원할지 고민했다”고 할 정도다. 최씨는 “그래도 현재의 선수인 유소연을 응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결국 그의 응원은 통했다. 만약 유소연이 US여자오픈에 최희창씨를 캐디로 데리고 가 연장전에서 서희경을 만났다면 다소 어색한 장면이 연출되지 않았을까.



잭 니클라우스의 오랜 캐디였던 안젤로 아기아는 “잭은 나에게 경기가 잘 안 될 때 내가 최고의 골퍼라는 것과 남은 홀이 많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역할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냥 가방이나 들고 다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현대 골프에서 캐디는 선수의 친구로, 감독으로, 심리치료사로, 스윙코치로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가장 고용이 불완전한 직업이기도 하다. 마크 캘커베키아는 “선수가 무기력한 상황에 빠질 때 분위기 전환을 위해 가장 먼저 교체를 생각하는 것은 퍼터가 아니라 캐디”라고 말했다.



캐디와 골퍼의 우정도 많다. 톰 왓슨과 브루스 에드워즈의 우정이 가장 멋지다. 왓슨은 나이가 들어 성적이 부진하자 에드워즈를 당시 최고 선수인 그레그 노먼에게 보내줬다. “최고 캐디는 최고 선수와 함께 있어야 빛을 발한다”고 하면서다. 그러나 에드워즈는 얼마 안 돼 노먼을 떠났다. “자신의 샷에 대해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보스를 모실 수 없다”며 왓슨에게 돌아왔다. 에드워즈는 얼마 후 루게릭병에 걸렸다. 왓슨은 그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갑자기 멋진 샷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에드워즈는 2004년 마스터스 기간 중 세상을 떠났다. 왓슨은 눈물을 흘리면서 샷을 했다.



타이거 우즈의 오랜 캐디인 스티브 윌리엄스는 우즈가 부상 중인 현재 아담 스콧의 가방을 메고 있다. 둘이 갈라서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자 그는 미디어에 우즈와의 우정을 얘기했다. 그는 우즈가 함께 일하자고 했을 때 장난 전화인 것으로 생각해 전화를 끊어버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즈보다 우즈를 더 잘 알게 됐으며 그래서 가끔 보스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우즈가 지나치게 흥분했을 때는 평소보다 거리가 더 나기 때문에 거리를 좀 줄여 불러주는 식이다. 최경주와 앤디 프로저도 그런 관계다. 프로골퍼들, 그런 친구 한 명씩 갖고 싶지 않나요.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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