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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김헌의 ‘골프 비빔밥’ <25> 재수없는 동반자, 큰형님같은 동반자

중앙일보 2011.07.15 00:02 경제 1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라운드를 할 때면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는 파트너를 종종 만난다.



“백스윙 할 때 왼팔을 펴!” “백스윙 톱에서 흔들거리지마!” “다운스윙으로 내려올 때 오른팔을 옆구리에 붙여!” “임팩트 때 헤드업 하지마” 등등의 잔소리를 하면서 스윙 동작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묻지도 않았는데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유형도 있다.



“너 지난 번에 이 홀에서 OB 났었지” “저기 저 벙커에 들어갔었잖아” “이 홀에서 해저드에 들어가고 3퍼팅 했었지” 등등 질문을 해대면서 골퍼의 쓰린 상처에 지속적으로 소금을 뿌려대는 것이다. 이런 ‘소금 뿌리기 형’의 동반자와 다시 라운드 하고 싶을까.



게다가 샷을 하려고 하는데 징크스를 들먹이는 ‘부정암시형’ 골퍼도 있다.



“생크 날 것 같은데 조심해” “훅을 조심해” 등등의 말을 하면서 징크스를 부추기는 형이다.



그런가 하면 ‘망상 자극형’도 있다.



“이번 홀은 무조건 질러야 돼” “남자는 한 방이라니까” 등등의 말로 골퍼의 욕망을 자극하고 헛된 욕심을 부추기는 유형이다.



이런 사람들과는 두 번 다시 라운드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동반자가 피하려야 피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 않아도 함께하지 않을 수 없는 ‘특수관계인’이라면 어떤가. 골프가 행복이 아니라 불행, 더 솔직히 말한다면 지옥행 버스라도 탄 기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동반자는 어떤가. 실수를 해도 “괜찮아” 하면서 다독거려주는 연인 같은 동반자, 샷을 하려고 하는데 “너 자신을 믿어” 하면서 격려해주는 큰형님 같은 동반자도 있다.



경사가 심한데 조심하라든가 벙커를 피해서 가라는 등 샷을 할 때 필요한 정보들을 차분하게 들려주는 따뜻한 선생님 같은 유형도 있다. 긴장이 될 때 물 한 모금 건네고, 과욕을 부릴 때 콧노래를 부르면서 긴장을 풀어주는 그런 동반자와의 라운드라면 상상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재수 없는 동반자는 피하고 훌륭한 동반자만을 골라서 골프를 치자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고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도 아니고 맘에 안 든다고 상대를 교정하려 드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 누군가에게 ‘나는 어떤 동반자일까’를 늘 되짚어 봐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도망치려 해도 도망칠 수도 없이 한평생을 함께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모습을 띤 수다스러운 동반자가 바로 우리의 내면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거다.



우리 속에 있는 동반자들 중 그 어떤 동반자와 라운드를 할지는 순전히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단지 한가지 법칙이랄 수 있는 것은 긍정과 부정의 동반자 모두를 데리고 라운드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쪽은 집에서 푹 쉬어야 한다. 그런데 부정의 동반자는 가방을 싸고 집을 나서면 어느새 홀랑 자동차 앞자리에 올라타 버리고, 긍정의 동반자는 애써 마음으로 청하지 않으면 좀처럼 골프를 치러 가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바쁜 와중에 또 비싼 돈 내고 치는데 이왕이면 멋진 동반자를 모시고 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마음골프학교(www.maumgolf.com)에서 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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