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통을 오늘에 맞게 술보다 문화 만든다

중앙선데이 2011.07.10 02:48 226호 26면 지면보기
올 5월 국순당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한 맥주 페스티벌에서 막걸리 시음회를 열었다. 국순당은 40여개 국에 막걸리를 수출한다. [국순당 제공]
올해 초 삼성경제연구소는 2000~2010년 사이 사랑받은 히트상품을 발표했다. 스마트폰(1위)과 월드컵(2위), 김연아(6위) 등과 함께 막걸리가 10위에 올랐다. 맛 좋고 건강에 좋은 웰빙 식품으로 거듭난 막걸리가 지난 10년간 가장 인기를 끈 주류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IGM과 함께하는 강소기업 벤치마킹⑨ 국순당

국순당(대표 배중호)은 막걸리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 국순당은 약주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1992년 출시한 백세주 덕이었다. 인기를 업고 2003년 최고 매출(131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와인이 등장하고 순한 술이 인기를 끌면서 한계에 부닥쳤다. 2003년을 정점으로 내리막이었다. 그러다 막걸리 바람이 시작됐다. 2009년 국순당이 선보인 생막걸리는 출시 6개월 만에 1000만 병이, 2010년 나온 우국생은 10개월 만에 2000만 병이 팔리면서 시장 진출 1년 반 만에 업계 2위로 올라섰다. 60% 이상 떨어졌던 매출도 다시 늘었다. 백세주로 뜨고, 막걸리로 재도약한 국순당의 성공 키워드는 직원들의 명함에 적혀 있다. ‘전통을 오늘에 맞게’.

국순당은 ‘좋은 누룩과 술을 빚는 집’ 의미
국순당과 전통주의 인연은 배상면 국순당 회장으로부터 시작됐다. 배 회장은 명맥만 잇고 있는 전통주 살리기에 나섰고 70년 한국미생물공학연구소를 세워 누룩을 연구·제조했다. 83년 설립돼 본격 사업에 나선 ㈜배한산업의 전신이다.

배한산업에서 근무를 시작한 배중호 대표는 92년 국순당 대표에 취임했다. 가업을 잇게 된 그는 “몸에 좋은 우리 술을 만들어 전통주를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회사명부터 바꿨다. 고려시대 임춘이 술을 의인화 해 창작한 소설 국순전(麴醇傳)을 따서 ‘국순당’으로 변경했다. ‘좋은 누룩과 술을 빚는 집’이라는 뜻은 이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우리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에 이바지하며 바른 음주문화의 정착에 적극 앞장서고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미션헌장을 만들어 직원과 가치를 공유했다. 전통이 뿌리내리도록 전 직원이 개량 한복을 유니폼으로 입었다.

전통 추구하지만 시설·기술은 현대적으로
회사의 모태가 누룩연구소인 만큼 국순당은 기술투자에 인색하지 않았다. 백세주를 만든 ‘생쌀 발효 누룩곰팡이’ 기술을 발견한 것도 이 덕이었다. 배상면 회장은 조선시대 책에서 생쌀로 술을 빚는 주조법을 읽었다. 수만 번 실패 끝에 기술을 복원했고 1982년 특허를 취득했다. 이 방식으로 빚은 술은 밥을 지어 누룩을 넣고 발효시킨 보통 전통주보다 영양이 우수하고 숙취가 적다. 백세주가 몸에 좋고 쓰지 않은 약주로 인기를 얻은 것은 이 기술 덕이었다. 전 직원의 10%가 부설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재직하는 국순당은 12개 특허기술을 획득해 2007년 벤처인증을 받기도 했다.

술은 전통을 추구하지만 시스템과 유통·마케팅은 현대화했다. 강원도 횡성에 하루 77만 병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지었고 ‘담금-발효-압착-숙성-여과-병입’의 전 과정을 제어하는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했다. 소규모 양조장에 머무르던 전통주 시장에서는 혁신이었다.

다음은 마케팅을 개선했다. 소주와 맥주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주류시장에 신제품을 알리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메뉴판 마케팅이다. 제대로 된 메뉴판이 없는 식당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착안해 깔끔한 메뉴판을 만들어주고 거기에 백세주 광고를 넣은 것이다. 광고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했다. 여성 연예인을 내세우는 흔한 술 광고는 지양했다. 대신 광고에 이야기를 녹여 설화를 소개하는 등 이야기를 담았다. 백세주는 성공을 거뒀다. 98년 판매 1000만 병을 돌파한 후 국순당이 최대 매출을 올린 2003년까지 8000만 병이 팔렸다.

외식사업으로 영역 확대
하지만 백세주만으로는 여기까지였다. 2008년까지 5년 연속 매출이 내리막이었다. 국순당은 전통주 저변확대로 위기 돌파에 나섰다. 전통주 강좌를 열고, 무료 공장견학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또 술과 음식은 떼놓을 수 없다는 데 착안해 전통주와 궁합이 맞는 음식을 파는 외식사업을 시작했다. 2002년 ‘백세주 마을’의 문을 열었고 2009년엔 ‘우리술상’도 시작했다. 현재는 매출의 5% 정도가 외식사업에서 나온다. 2008년에는 ‘전통주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600여 종이 넘는 전통주를 차례로 복원하는데 지금까지 창포주·이화주·약산춘 등 14종이 복원됐다.

이런 와중에 막걸리 열풍이 시작됐다. 국순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생막걸리를 출시했다. 이미 2006년부터 트렌드를 예측한 덕이었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된 술이 없었다”며 “잘만 하면 반드시 뜬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미 국순당은 막걸리의 최대 단점인 짧은 유통기한 해결을 위한 기술을 개발했다. 2008년 유통기한을 30일로 연장하는 발효제어기술을 개발했고 이듬해 5월 생막걸리를 출시했다.

그렇지만 성공이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대기업이 뛰어드는 등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중호 대표는 “전통주 시장은 너무 작아 대기업과 함께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국순당은 리딩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고급 전통주를 만들어 ‘국순당은 곧 최고급’이라는 이미지를 쌓고 해외시장을 공략해 세계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단순히 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의 식문화·술문화를 알린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경영연구원(IGM회장 전성철)은 매주 목요일 서울 장충동 본사에서 1등 기업 벤치마킹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IGM의 교수진과 기업 CEO가 성공 스토리를 소개한다. 문의 02-2036-8300.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