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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멸종과 인류 출현 시차 5900만 년, 영화 속 ‘공존’은 허구

중앙선데이 2011.07.10 02:26 226호 32면 지면보기
공룡과 인간이 같은 시대에 살았던 적이 있을까? 공룡이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약 2억3000만 년 전이고, 멸종은 6500만 년 전이다. 인류 출현은 길어야 600만 년. 따라서 공룡 멸종과 인류 출현 사이에는 적어도 5900만 년의 시간차가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공룡과 인간이 공존했던 시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공룡 영화 때문일 것이다.

권기균의 과학과 문화 공룡 영화 속 과학적 오류들

1993년 7월 17일.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영화 ‘쥐라기 공원’이 개봉됐다. 호박 속에 들어 있는, 공룡 피를 빤 모기에서 DNA를 뽑아내 공룡을 복원시켜서 공룡 공원을 만들지만, 사람들이 공격당하는 이야기다.

중생대에는 공룡들이 세상을 지배했다. 중생대는 크게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로 나뉜다. 그중 쥐라기는 약 2억 년 전부터 1억4500만 년 전까지다. 쥐라기라는 이름은 독일·스위스·프랑스 접경의 쥐라 산맥에서 발견된 지층에서 유래했다.

그런데 영화 ‘쥐라기 공원’은 과학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 우선 제목은 ‘쥐라기 공원’이지만 티라노사우루스를 비롯해 주로 등장하는 공룡들이 백악기의 공룡들이다.

2008년까지 확인된 공룡은 1047종. 그 가운데 영화 속의 쥐라기 공룡은 거대한 초식 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 정도다. 나머지는 대부분 백악기 출신이다.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머리에 볏이 있는 초식 공룡 파라사우롤로푸스는 백악기 후기에 살았다. 작지만 사나운 사냥꾼 벨로시랩터와 큰 날개로 날아다니는 프테라노돈은 백악기 말기 공룡이다. 쥐라기와 관련이 없다. 따라서 제목을 ‘쥐라기 공원’이 아니라 ‘백악기 공원’으로 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가 영화 제작자들에게 “왜 ‘쥐라기 공원’으로 했느냐”고 물었더니 “영화에 어울리는 공룡을 썼을 뿐, 그런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다른 오류는 호박 속에서 DNA를 채취해도 DNA는 생명체 밖에서는 불안정해서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이다. DNA 일부만으로는 복원이 불가능하다.

어쨌거나 과학적 오류와는 관계없이 영화는 대박이 났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연출력과 컴퓨터 그래픽 기술, 그리고 과학적 상상력을 통한 재미있는 설정 등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또 80년대 이후 활발한 공룡 연구로 많은 사실들이 밝혀졌지만 그동안 이렇다 할 공룡 영화가 없었던 점도 한 요인으로 보인다. 97년 역시 스필버그가 감독한 ‘쥐라기 공원2’, 2001년 조 존스턴이 감독한 ‘쥐라기 공원3’으로 후속편이 이어졌다.

그러나 ‘쥐라기 공원’이 공룡 영화의 원조는 아니다. 공룡 영화의 뿌리는 깊다. 원조는 1940년 개봉된 ‘기원전 일백만 년’이다. 동굴에 사는 바위족 청년 투막과 해변족 처녀 로아나가 사랑했지만 종족의 반대로 쫓기다가 결국 합쳐서 새로운 종족을 이끈다는 플롯인데 공룡 시대를 배경으로 했다. 이 영화는 39년 말 개봉돼 40년으로 이어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빼면 40년 개봉 영화 중에서는 박스오피스 1위였다. 음악·특수효과 두 부문에 아카데미상 후보로 올랐다.

이후 66년 돈 채피 감독이 ‘기원전 일백만 년’을 리메이크해서 ‘공룡 백만 년(사진)’을 만들었다. 이 영화도 대히트를 쳤다. 인류 최초의 비키니 차림으로 등장하는 섹시 스타 라켈 웰치를 스타덤에 올렸다.

‘공룡 백만 년’에 이어 70년대에는 ‘공룡시대(When Dinosaurs Ruled the Earth)’가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쥐라기 공원’ 마지막 장면에 포효하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위로 현수막이 떨어져 내리는데, 그 문구가 바로 ‘공룡시대’의 영어 원제인 ‘When Dinosaurs Ruled the Earth’다.

공룡 영화 시리즈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공룡을 연출하는 특수효과의 발달 과정이다. 40년에는 공룡 연출을 위해 트리케라톱스는 돼지에 고무로 만든 트리케라톱스 표피를 입혔고, 티라노사우루스는 고무 표피로, 리노케라토스 이구아나와 스테고사우루스는 악어가죽으로 형태를 만들어 사람이 들어앉아 연기를 했다. 그러다가 60년대와 70년대에는 진흙으로 만든 공룡으로 장면 하나하나를 찍어 동영상을 만드는 기법인 ‘스톱 모션’으로 애니메이션 효과를 냈다. 그리고 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했다.

1940년의 ‘기원전 일백만 년’부터 ‘공룡 백만 년’, ‘공룡시대’, ‘쥐라기 공원’까지 공룡 영화는 모두 공룡과 인간이 함께 등장한다. 인간과 공룡이 한 시대에 살았던 것 같은 인상을 심었다. 그러나 공룡과 인간이 한 시대에 살았던 것은 착각이다. 최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쥐라기 공원4’를 구상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그의 탁월한 상상력이 이번에는 과학적 오류를 극복하면서 대중의 사랑을 어떻게 이끌어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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