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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권] 터무니없는 가격에도 화내지 마라

중앙선데이 2011.07.10 02:15 226호 16면 지면보기
중소기업 P대리가 두바이 공항에 내렸다. 바이어에게 소개할 샘플과 짐가방을 잔뜩 든 채였다. 마중 나온 현지인과 반갑게 악수로 인사했다. 그런데 오른손에 든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엉겁결에 왼손을 내밀었다. 현지인 회사에 도착해 선물을 전달했다. 학이 그려진 자개 필통이었다. 상담이 시작됐다. 그는 가격 협상이 고민스러웠다. 너무 낮은 가격을 요구하는 파트너에게 화가 날 정도였다. 몇 시간째 이어지는 협상 중 그는 천장을 쳐다보기도 하고 휴대전화로 본사 담당자의 의견을 여러 번 물었다. P대리는 며칠 후 빈손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나라.지역따라 조심해야 할 문화

우선 이슬람권에서 금기시되는 왼손 악수가 문제였다. 이들은 식사는 물론 사람들과의 접촉에서 왼손을 쓰지 않는다. 글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 나간다. 용변을 보고 물로 씻는데, 이때 사용하는 손이 왼손이다. 무장을 하고 우물을 지켜야 했던 중동인들에게 손바닥을 보인 채 오른손을 내미는 것은 우호적인 제스처다. 무기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슬람은 유일신을 믿는 종교다. 이슬람에는 성화(聖畵)가 없다. 창시자 무함마드도 계시를 전한 ‘인간’일 뿐이다. 우상이 될 만한 동물 등을 그린 그림도 거의 없다.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학이 그려진 선물은 적절치 않다.

마지막은 협상 태도다. 이슬람권에서는 흥정을 즐긴다. 낙타 등에 물건을 싣고 사막을 건너 시장에 도착하면 사흘은 쉬어가야 한다. 천천히 협상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들이다. 또 가격 ‘지르기’는 이들의 문화다. 터무니없는 가격에 대해서도 화내지 않는 이유다. 시간이 걸려도 ‘눈맞춤(eye contact)’을 유지해야 한다. 체면과 명예를 중시하는 중동인들로부터 눈을 돌리는 것은 신뢰를 잃는 행동이다.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받아들인다. 마지막으로 본사에 전화를 건다는 건 더 깎을 여지가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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