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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결정, 대학생 참여를 許하라

중앙선데이 2011.07.10 01:53 226호 2면 지면보기
“미쳐 돌아가고 있다.”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이 자기 당을 향해 쏘아붙인 말이다. ‘반값 등록금’ 화두를 한나라당이 꺼낸 데 대해 화났지 싶다. 굶는 아이들을 더 도와줄 생각은 않고, 형편이 더 나은 대학생들을 도와주자는 게 말이 되느냐는 주장이다. 옳은 얘기다. 도와줄 여유가 있다면 빈곤 아동이 우선이다. 그래도 여유가 있다면 대학도 못 가는 20%의 젊은이들을 위해 쓰는 게 맞다. 그런데도 반값 등록금 논의만 무성한 건 ‘표’를 향한 정치권의 포퓰리즘 때문이란다. 하지만 ‘미쳐 돌아가고 있는’ 게 어디 한나라당뿐이랴.

김영욱의 경제세상

복지 확대가 세금이듯, 반값 등록금도 세금이다. 둘 다 세금을 늘려야 하는 문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이 얘기를 쏙 뺀다. 반값으로 하려면 매년 5조원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 14조원 가운데 장학금으로 되돌려 받는 4조원을 빼면 10조원이 실제 등록금이다. 문제는 5조원을 낼 곳이 정부밖에 없다는 점이다. 결국 국민 세금이다. 한나라당이 30%를 깎겠다며 정부더러 매년 2조3000억원을 내놓으라고 한 이유다.

초·중등학교에 주는 돈을 줄이면 된다지만,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다. 감세를 철회하거나 4대 강 사업을 접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답은 증세밖에 없는데 정치권은 아무도 이 얘기를 하지 않는다. 대학도 이중적이긴 마찬가지다. 대학 능력으론 못 하니 정부가 대폭 지원해줘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율성은 강화해 달란다.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정부로부터 돈을 더 받으면 규제를 더 받는 게 맞다. 그게 싫으면 지원받지 말아야 한다.

대학 등록금이 비싼 건 사실이다. 문제는 어떻게 낮추느냐다. 정치권이나 대학이 원하는 것처럼 세금을 붓는 건 최하책이다. 게다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 그런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 대학등록금 결정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대학 재정의 감시자로 나서게 하는 방안이다.

지금은 등록금을 대학당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끼어들 여지는 조금도 없다. 물론 비싸다고 생각하면 안 사면 된다. 자퇴하면 된다. 하지만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른 대학으로 옮기기란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휘발유나 통신요금 같은 것들은 맘에 안 들면 다른 브랜드로 바꿀 수 있지만 대학 교육은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완전 독점시장이다. 대학이 소비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등록금을 결정하는 이유다. 그러니 등록금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경제학이 이럴 때 제시하는 해법은 쌍방 독점이다. 공급자인 대학의 독점에 맞서도록 수요자인 학생에게도 독점 효과를 주라는 것이다. 그게 학생들이 등록금 결정에 참여하는 방안이다. 쉽게 말해 노사 간 임금협상을 연상하면 된다. 방안이야 여럿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지금 같은 일방적인 시스템을 탈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권이 제도화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정말로 등록금을 내릴 생각이라면.

대학 재정도 투명해져야 한다. 기업의 경영투명성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낙후돼 있다. 하지만 누구도 얘기를 않으니 대학 예산과 재정은 베일에 싸여있는 거다. 회계기준은 회계학 전공 교수조차 ‘내가 봐도 모르겠다’고 할 만큼 애매모호하다. 분식회계를 해도, 공시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 받지 않는다. 이런 상태로는 학생들이 등록금 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내용을 알기 어려운데 어떻게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까. 회계기준도 고치고, 학생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마련해줘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대학이다. 대학이 진작 이런 개혁을 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반값 등록금이 이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되진 않았다. 반값 등록금이 사실은 대학에 대한 불신의 얘기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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